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국면을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마련된 남북 대화다. 하지만 지금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들께서는 마치 '바람의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데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커지고…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견제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북에 화해 무드가 이어지자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면서도, 대북 추가 제재라는 고강도 카드를 더욱 옥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압박이 없었다면 남북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 자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급 대표로 올림픽에 참석할 펜스 미 부통령도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위장평화'로 가로채는 것, 즉 하이재킹하는 것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대북 강경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또 미 해병대 사령관인 로버트 넬러는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조정된 계획이 있다. 또 근시일 내에 병력 태세를 갖추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고 군사적 압박도 빼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남북대화를 표면상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한국정부가 자신들과 정책시그널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끊임없는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러시아대사)는 "원래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는 완전히 다른 트랙에 있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미국 정부의 시그널과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어디쯤에 있는지 잘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월 8일 인민군창군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기로 한것도 부정적 변수이다. 국제적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3월 25일까지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림픽 기간 북미대화 조건을 만드는데 매진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최근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25일까지는 북미대화의 계기가 (반드시)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그 시간 내에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진입할 수 있게 견인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까지 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은 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의 반발과 도발, 추가 대북 제재의 악순환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 장관의 현실인식은 냉철하다. 조 장관은 "남북대화에 낙관적 시각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 평창 이후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평창 이후에도 대화의 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국내외 보수세력들은 "정부가 평양의 숨통만 열어줬다"고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통한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것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제일 중요한 건 북미 사이의 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실마리를 이번 올림픽 기간에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룡해 등 북 고위급이 오면 서로 의견을 나눌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미북 사이에 중재를 하든지 대화 자리를 마련하든지 모든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미간 협상을 예상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대화의 문까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