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영하 11도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 주변을 지키고 섰다. 소방 관계자와 취재진은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다.
산산조각 난 유리창과 외벽 곳곳에 새겨진 검은 그을음은 전날 병원을 덮친 화마가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보여준다. 고층 창문에서 뻗어 나온 대피기구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응급실 안쪽을 보면, 내부 구조물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고 바닥에는 의료용품과 잿더미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
이들 사망자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26명이 80대 이상 고령층이었고 90대 환자도 9명이나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34명, 남성이 3명으로 여성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의사 1명 등 병원 의료진 3명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모두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 것으로 현재까진 파악되는데 화재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응급실 내 탈의실(탕비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불이 났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도면과 다른 부분이 있어 정확한 발화 지점은 감식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병원 도면하고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며 "최초 발화지점이 따로 벽을 설치해 사용하는 탈의실로 보이는데, 1층이 모두 전소돼 이곳이 설계 도면에 나와 있는 탕비실이 맞는지, 실제 발화 지점이 맞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격자 진술 또한 "응급실 내부에 설치된 스탠드형 냉난방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거나 "응급실 천장에서 합선에 의해 불이 나 순식간에 번졌다"는 등 엇갈리고 있다.
이에 경찰은 27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전기 공사 등과 정밀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