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도, 조코비치도 칭찬한 정현의 위대한 여정

정현 (사진 제공=대한테니스협회)

마무리는 아쉬웠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와의 첫 맞대결, 그것도 한국인 최초로 밟아본 메이저 대회 4강전 무대에서 페더러를 만났다. 하지만 물집이 터지고 피멍까지 든 발바닥 부상 때문에 정현이 오랫동안 꿈꿔온 대결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페더러도, 16강전에서 만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도 "정현은 훗날 세계랭킹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전세계 테니스 팬들은 정현의 돌풍을 즐겼고 또 감탄했다.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은 정현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자 한국 테니스의 쾌거로 기억될 것이다. "정현의 이번 토너먼트는 정말 대단했다"는 페더러의 칭찬은 정현의 위대한 여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정현은 대회 전 세계랭킹 58위였다. 개인 최고 랭킹은 44위. 대회 전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정현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현은 1,2회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이어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를 연파하자 정현 돌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조코비치는 자신의 부상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정현의 승리를 축하하는데 집중했다. 또 "정현은 코트에서 마치 벽과도 같았다"는 말로 승자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현은 기세를 몰아 테니스 샌드그렌(97위)의 상승세를 꺾고 4강 무대에 올랐다. 한국인 첫 메이저 4강 진출. '정현 신드롬'이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상의 벽에 막혔다. 2세트 게임스코어 1-4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 왼 발바닥 치료를 받았다. 직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2세트 8번째 게임을 앞두고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은 조코비치와의 16강전부터 진통제를 맞고 뛰어야 했을 정도로 발바닥 물집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래 오른쪽 발바닥 물집이 심각했는데 4강전을 치르면서 왼쪽마저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더러는 경기 후 "결승에 올라 기쁘지만 이런 식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정현이 조코비치와 즈베레프를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통증을 안고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은 그가 엄청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현의 여정은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지만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이뤘다.

정현은 역대 한국 선수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 4강 진출은 아시아 전체에서도 보기 힘든 대단한 업적이다.

호주오픈 4강 진출을 통해 랭킹포인트를 대거 획득한 정현은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30위권 내 진입이 확실하다. 이 경우 한국인 역대 최고 랭킹인 이형택의 36위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또 이번 대회 전까지 총 170만9608달러(약 18억원)를 상금으로 받은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단식 4강 상금 88만 호주달러(약 7억5천만원), 남자 복식 16강 상금 2만4500호주달러(약 2100만원)를 쓸어담았다. 총 상금이 26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한국 테니스 선수 중 가장 많은 상금을 모은 이형택의 총 상금 235만5686달러(약 25억원)을 단숨에 뛰어넘게 된다.

정현의 돌풍을 계기로 국내에서 테니스 붐이 조성될 기세다. 테니스 클럽 가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이 테니스계에 남긴 선물 중 하나는 바로 테니스 종목의 인기 상승 그리고 저변 확대 가능성을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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