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질타에도 '민간 일자리' 강조한 경제사령탑

김동연, 증세 이어 일자리 발언 논란…"공공 일자리보다 민간 지원 신경쓸 것"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정책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도 엇나간 의견을 드러내며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논설위원·경제부장 토론회'에 참석해 "청년 실업 대책은 주로 공공일자리보다 민간 지원에 좀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추경이나 금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 일자리, 즉 공무원 수와 공공일자리를 늘리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도 "반면 공공일자리가 국민 부담 측면에서 '항구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측면 등 여러 얘기가 있었다"고 거론했다.

이어 "아무래도 일자리 문제는 결국 민간에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면 공공 쪽보다는 민간 쪽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필요하다면 재정 수단 등을 통해서라도 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과는 180도 방향이 다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전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청년고용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민간과 시장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랫동안 실패해왔고 정부의 대책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추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그동안 '일자리 대책의 동력은 민간 부문에 있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보수 정부의 시장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인식 하에 비상한 각오로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종합 수립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달라"거나, "고용 절벽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향후 3~4년 동안 긴급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경제사령탑'을 자처하는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의 발언 바로 다음날 대통령 공약이었던 공공 일자리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을 거론하면서 '공공보다는 민간'이라는 소신을 드러낸 셈이다.

김 부총리가 이처럼 문재인정부의 경제방향과 다른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 아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부자 핀셋 증세나 보유세 개편 등에 줄곧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며 여론이나 여권의 전체적 기류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때마다 김 부총리가 막판에 입장을 바꾸면서 '김동연 패싱'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지만, 그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김 부총리가 현 정부의 핵심 기조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날 토론회에서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여권 중진 출신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재건축 규제 강화 검토에 대해서도 사뭇 결이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재건축 연한을 늘리게 되면 서울 강남보다 강북 쪽이 영향을 받는다"며 "공공물량 측면에서 봐선 또 다른 측면에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상당히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김현미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사업 이익을 내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저격한 김 장관의 발언에 김 부총리가 나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처럼 김 부총리가 타 부처나 여권·청와대와 엇갈리는 정책 기조를 내놓을 때마다, 관련 시장에선 정부 혼선으로 비쳐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장 혼란의 위험은 김 부총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했을 정도다.

증세 입장을 지켜왔던 여권과 달리 김 부총리 홀로 "명목세율 인상은 민감한 문제이니 국민적 공감대 필요해서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나서 '부자 증세'를 요구하자 서둘러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김 부총리는 "경제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장에 메시지를 주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키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시장과 국민들에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경제팀과 함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시 불거진 "공공일자리보다 민간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이날 발언이 과연 어떤 정책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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