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전북 김제의 농사꾼 최을호 씨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연달아 그의 조카 최낙교·최낙전 씨도 사라졌다. 6개월 뒤 그들은 가족간첩단이 돼 법정에 나타났다.
그 사이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최을호 씨는 재판 후 사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참극은 끝나지 않았다. 최낙전 씨 역시 오랜 징역살이 후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작년 6월, 고 최을호 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로 확정돼 누명을 벗었지만, 약 2주 뒤 그 아들은 갈대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간첩으로 조작됐던 피해자들 중 일부는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해자들은 과거 고문 수사관들을 고소하고자 했지만,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어 결국 고소장의 피의자를 '성명불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이름을 기억한다 할지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고문 행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흥행하면서, 옛 치안본부 대공수사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감금과 고문 등 인권유린을 일삼던 어두운 시대의 대표 상징물이 됐다.
당시 고문을 자행했던 가해자들 중에는 '지옥에서 온 장의사'로 불린 이근안이 있다. 그런데 법적 처벌을 받고 출소한 이 씨 외에 제2, 제3의 또 다른 '이근안' 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과연 불법 수사와 가혹행위를 자행했던 다수의 가해자들은 그간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치안본부 대공분실 외에도 당시 중앙정보부, 안기부, 보안사 수사관들과 이들의 행태를 용인·방관한 배후들을 찾아 나섰다.
당시 수사관들은 물론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판사는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뒤늦게 낸 손해배상 청구 역시 소멸시효 기간이 6개월로 한정돼 배상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이미 지급한 배상금 일부를 다시 환수한 경우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정의는 여전히 저 먼 곳에 있는 셈이다.
무자비한 공권력이 자행했던, 반인권 범죄인 고문 조작 피해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고문 기술자·설계자와 그 배후를 추적한 여정이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