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우리는 세계가 동의하는 바가 무엇이든지 간에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 CEO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페이스북이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소속국가 세무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뒤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피차이 CEO는 앞서 연설자로 나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술업계 거물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납부한 세금은 거의 20%에 달한다. 우리는 세계가 올바른 체계로 합의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할 용의가 있다"며 "여러 국가에 나누어 내는 것이기에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의 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기업들이 공평한 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세금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세율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자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조세회피 등 세금 문제를 지적하자 피차이 CEO는 "구글은 연구 개발 수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세금 체계에 대한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술 기업에 대한 탈세 문제는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법인세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폴 탱(Paul Tang) 유럽연합(EU) 의회 의원이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의 영향이 컸다.
보고서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와 같은 특정 회원국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에 대해 낮은 세율의 세금우대를 해주면서 전체 EU 회원국에 적절하게 납부되어야 할 세금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부터 받지 못한 세금이 54억유로(약 7조 1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 등 EU 국가의 법인세율은 20~30%가 넘는데 비해 아일랜드의 세율은 그 절반인 12.5%에 불과해 글로벌 기업들의 탈세나 조세회피처로 활용되어 왔다.
페이스북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소속국가 세무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은 최근 유럽연합의 압박으로 아일랜드에서 17조원에 이르는 추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아일랜드에 있던 자산 대부분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방법을 택했다.
유럽연합이 글로벌 기술 기업에 대한 탈세 문제를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한데 반해 트럼프 행정부가 35%였던 미국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해외 보유 현금을 송환 할 경우 한시적으로 세율을 15.5%까지 낮춰주기로 하자 애플이 전체 현금 보유고의 94%에 달하는 해외자금 2520억달러(약 270조원)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하면서 역탈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본국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법인세를 대폭 인하 하자 각국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프랑스는 경제 활성화와 투자 유치를 위해 33.3%에 달하는 법인세를 25%로, 중국은 25%에서 21%, 영국은 19%에서 17%로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피차이 CEO는 EU 반독점 당국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역대 최고의 벌금을 부과받은데 이어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해서도 24억유로(약 3조 2천억원)의 벌금을 책정한데 대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제품이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강조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