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달라"…김명수 대법원장 '승부수' 통할까

외부 간섭 불허…내부 힘으로 문제 해결 의지 내비쳐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결과를 보완'하기로 한 김명수 대법원장 선택에 법조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사태 '봉합'보다 사실상 추가조사라는 강수를 택하면서도 외부 간섭이 아닌 자체 힘으로 사태를 추스르겠다고 밝혀 진상 조사와 함께 조직 안정 효과를 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검찰 수사가 아닌 내부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퇴근 길에도 취재진을 만나 "법원 내부 문제는 원칙적으로 법관들, 법원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게 나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검찰 수사 배제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같은 김 대법원장의 후속조치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둘지', '강제수사를 통해 명백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을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여기에 인적쇄신이나 조직 개편 등 대응 방안이 추상적인 수준에 그친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대법원 (사진=자료사진)
실제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공식 입장에 앞서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 관련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추가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A판사는 "조직적인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드러난 이상 법원행정처의 모든 기록, 저장매체 및 관계자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추가조사가 불가피하고 필요하다면 강제수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동향보고에 대한 조사와 발표를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주장을 내놓은 B부장판사는 "애초 블랙리스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분이 누구인지, 의혹이 생긴 배경이 무엇인지, 추가조사위가 어떤 이유와 근거에서 이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등에 대해 책임 있는 분의 답변을 들어야겠다"며 "답변이 없다면 의혹제기 배경에 대한 역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사태를 봉합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두 가지 방안의 장, 단점을 비교한 글을 해결 방법으로 제시하며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글도 제시됐다.

이 외에 '추가조사 결과로 드러난 행위가 모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통상 업무에 해당하는지' 등을 공개적으로 묻는 의견과 동향 파악 피해 당사자가 '광범위한 뒷조사로, 문제판사로 찍히는 과정 그 자체로 불이익'이라고 심경을 밝힌 글도 게시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해 "추가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혼란은 예정돼 있었다"며 "김 대법원장이 후속조치 기구 구성을 통해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논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월로 예정된 법원 정기 인사가 김 대법원장의 후속조치 의지를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후속조치 방안으로 법원행정처의 대외 업무 전면 재검토를 비롯해 상근 판사 축소 등 인적 쇄신과 함께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설치 검토도 약속했다.

이에 또 다른 판사는 "법원을 믿어달라는 말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며 "사법행정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의 개선안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자발적인 쇄신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일부는 살아있고 일부는 병든 몸의 상태에서 뛸 수는 없다"며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자"고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 별도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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