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 대표 측이 다음달 4일, 바른정당은 5일 각각 통합 당론을 채택할 예정이고, 국민의당 반(反)통합파인 민주평화당(민평당)은 6일 창당한다. 일정대로 진행되면 평창올림픽 이틀 전인 오는 7일쯤 통합신당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과 민평당 중 제3당을 차지하는 당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기호 3번'을 배정받기 때문에 세(勢)결집은 각자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한쪽으로 세가 기울면 현재의 원내 3당 체제가 유지되지만, 민평당이 원내교섭단체 기준(20석) 이상 몸집을 불릴 경우 4당 체제로 재편된다.
어떤 경우의 수로 귀결되든 다당제는 유지되는 셈이다. 이는 다시 누가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느냐의 문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신당의 규모에 따라 안철수‧박지원‧유승민 3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 安, 23석 ↑ '캐스팅보트 유지'
가장 절박한 입장은 안 대표 측이다. 통합에 대한 당내 여론이 찬반으로 나뉜 상황에서 바른정당 의석수(9석) 이상 이탈자가 생기면 '마이너스 통합'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분위기는 마이너스 통합보다 더 안 좋다. 당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39명 의원 중 통합 찬성파는 약 14명에 그치는 판세다. 반면 반대파는 14명, 안 대표가 제명시켜 줄 경우 민평당을 바라는 의원이 4명 정도다. 이밖에 중간지대가 7명 정도로 추산된다.
안 대표가 현재 국민의당이 행사하고 있는 캐스팅보트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어도 23석 이상을 확보해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럴 경우 통합신당은 바른정당 9석과 합쳐져 32석이 된다.
자유한국당이 117석(배덕광 의원 제외)인 상황에서 친(親)한국당 성향의 무소속 2석(이정현‧조원진) 등 119석과 통합신당의 32석의 총합은 151석이다. 이는 6월 국회의원 재‧보궐 뒤 의원정수인 300석의 과반에 해당한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통합파를 23석 이상 확보하기 위해선 찬성파 14명에 중간지대 7명을 전원 포섭해도 2석이 모자란다. 비례대표를 출당하는 방식인 반대파와의 이른바 ‘합의이혼’에 반대하는 이유다.
박 의원 등 민평당은 통합신당에 맞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우리와 이념적 스펙트럼의 공통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향후 협치가 가능한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으로선 안 대표에 맞서 친(親)민주당 성향 의원들과의 의석수 총합이 중요한 셈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21석이지만 무소속 중 정세균 국회의장이 있고, 정의당과 민중당을 합쳐 7석의 친여 성향 의원들이 존재한다. 129석이 협치의 대상이다.
때문에 민평당으로선 22석 이상 확보가 주효하다. 친(親)여권 성향의 129석과 결합해 과반을 만들 수 있고, 향후 캐스팅보트를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석수다. 이들 역시 반대파 14명과 비례 중 통합반대 4명에 더해 4~5명 이상의 중간지대 의원 포섭이 절박하다. 안 대표에게 합의이혼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통합파를 받아들이는 입장인 유 대표는 안 대표와 박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유 대표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기 때문에 무리한 세 불리기보다 이념적 순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에서 유 대표의 매직넘버는 국민의당 통합파 16석 안팎일 것으로 관측된다. 바른정당 9석을 제외하고 국민의당에서 16석 이상 합류하면 통합신당은 25석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현재 양당 의석수의 총합인 48석의 과반에 해당한다.
통합신당으로선 최소 25석이 넘어야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통합의 정치적 책임을 다 하겠다며 백의종군을 거부하고 있는 유 대표로선 지방선거에서 기호 3번을 배정받을 수 있는 원내 3당의 지위가 국회 캐스팅보트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