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0일 자로 부임한 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극은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있는 그대로 되비쳐야 하는데, 그로 인해 우리 한국 연극은 지난 몇 년간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며 "국립극단도 '개구리' 사태에서 보듯 때로는 상처받고, 자기검열의 모순에 빠졌다"고 반성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세상에 드러내는 시발점이 된 것이 연극 '개구리'였다. 박근형 연출이 2013년 가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다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 공모에서 배제되는 정치 검열을 겪은 사실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알려진 바 있다.
이 예술감독은 "신임 예술감독으로서 '성찰과 개혁'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좋은 점들은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창작극 및 작품의 개발과 발굴을 위해 '빨간 우체통'과 '연출의 판' 제도를 운영한다. '빨간 우체통'은 작가들의 희곡을 연간 수시로 접수하고 검토하는 제도이다.
'연출의 판'은 연출가 개인이 천착해 온 연출 미학이 국립극단에서 제시하는 주제와 만나 공연이라는 시공간적인 압박 없이 집단 혹은 개별적으로 고민하는 작품 개발 프로젝트이다.
이번 주제는 '국립극단'이다. 판 예술감독을 맡은 윤한솔 연출(극단 그린피그 대표)은 "밖에서 국립극단을 욕하다가 안에 들어와서 일하게 되니 스탠스가 난처하긴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는 '국립'이나 '연극'을 상대화하고 당연하다 여겨온 자명성을 타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립극단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연극인 나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어떻게 사는지 다시 묻고, 차별과 불법을 외면하고 묵인함으로써 이를 허용해온 스스로를 비판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민의 결과는 가을쯤 작품으로 선보인다.
올해 선보일 작품들도 이날 공개했다. ▲레퍼토리는 '3월의눈', '가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작신작은 '얼굴도둑', '전시의 공무원', '2센치 낮은 계단(가제)' ▲세계명작은 '성', '페스트' ▲근현대극은 '운명', '호신술' ▲청소년극은 '죽고 싶지 않아', '오렌지 북극곰'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시즌 단원제도 선보인다. 기존의 1년제를 2년제로 개편해, 보다 긴 시간 동안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연령도 기존 50세 제한에서 45세로 바꿨다. 이로 인해 올해 18명의 단원이 새로 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