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신서유기,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작"

콘진원 '2018 콘텐츠 인사이트'서 제작 비하인드 소개

나영석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신서유기는 문제가 많은 프로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싹 다 실패했습니다.”

‘1박2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알쓸신잡’ 등 손대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큰 성공을 거둔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가 ‘신서유기’에 대해 남긴 평가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최근 방송이 끝난 ‘신서유기 외전 - 강식당’이 시리즈 사상 최고 시청률도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는 왜 그토록 매몰차게 이야기했을까.

나 PD는 23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진행된 ‘2018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나 PD에 따르면, 신서유기에는 3가지 정도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인터넷 콘텐츠 가능성 타진’,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 겨냥’, 나머지 하나는 ‘예능인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였다. 하지만 이 목표는 생각한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 적자는 아니었지만, 방송만큼 큰 흑자 못낸 ‘인터넷 콘텐츠’

나영석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인터넷 콘텐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맞닿아 있다. 지상파 KBS에 이어 지금은 CJ E&M에서 일하는 그는 어느 날 ‘방송국 중심의 콘텐츠가 언제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모바일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유튜브에서 더 짧고 많은 방송을 봅니다. 방송은 편성 시간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우리가 이런 방송 할 테니 기다렸다가 봐라’고 하는 건데, 모바일 콘텐츠는 달라요.”

그는 “이러다 방송국이 망할 것 같았고, 미래에 직장이 없어지면 뭘 해야 할지라는 고민이 글면서 ‘인터넷 콘텐츠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려 한 게 첫 번째 목표였다”고 했다.

'신서유기 시즌4' 中. (사진=tvN 제공)
그의 목표대로 신서유기 시즌1은 방송으로 내지 않고 오로지 ‘인터넷 전용’으로만 내보냈다. 조회 수는 500~600만으로 높은 편이었다. 결과는 손해는 보지 않았다. 수익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다.

이에 대해 나 PD는 “방송은 프로그램 전, 중, 후에 CM이 붙고, 가격이 어느 정도라는 나름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아직 정립도 안 돼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격도 쌌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음 시즌은 인터넷과 방송에 함께 내보냈다. 인터넷에 선공개하고 이틀 정도 뒤 편성시간에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 방식이 윈-윈을 거두리라고 예측했으나, 시청률이 늘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시청률이 분산돼, 둘 다 스코어가 안 좋았다.

나 PD는 “인터넷으로 못 본 사람은 이틀 뒤 TV로 봐야지 하며 안보고, TV에서 못 본 사람은 나중에 인터넷으로 봐야지 하며 챙겨보지 않았다”고 머쓱해했다.

◇ 중국 시장 겨냥해 ‘신서유기’라고 이름 지었지만…

23일 서울 나영석 PD의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 나영석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예능 ‘신서유기’의 네이밍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나 PD는 “중국 고전인 서유기를 예능 제목으로 사용하면 외국 방송이어도 친근하게 느낄 것 같았다”며 “만약 외국인이 ‘홍길동전’이라는 이름으로 예능을 하면 친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제 이름도 정했고, 인터넷 콘텐츠이기에 방송만큼 국가를 넘어갈 때처럼 허들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신서유기는 ‘텐센트’라는 중국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한국에서 방송하면 바로 다음 날에는 중국어 자막이 붙어 나가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많을 때 500만~600만 클릭이 이루어졌다. 중국에서는 3000만~4000만 클릭수가 나왔다.

나 PD는 “성공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중국으로 스카웃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정고 클릭은 중국에서는 많은 게 아니라고 하더라. 인구가 우리의 20배 정도이니, 클릭수도 1억 정도는 나와야 성공했다고 한다더라”고 했다.

결국 시장에 어떤 영량을 끼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 시리즈를 그만 둘까라는 고민도 들었다. 하지만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다음 시리즈를 제작한다.

◇ '이렇게 재밌는데, 한번만 더…'

신서유기 시즌1 제작발표회. 왼쪽부터 나영석 PD,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 최재영 작가. (자료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나영석 PD가 느낀 미련은 ‘재미’였다. 프로그램의 재미도 재미지만 일단 스스로가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예능인’과 함께하면서 얻은 감정이었다.

사실 나 PD가 CJ E&M에서 작업한 예능들은 대부분 배우들과 진행했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촬영 일정상 가능한 직업군이 대부분 배우였던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왜 예능인이 아니라 연기자들을 쓰느냐고 물었어요. 어쩔 수가 없어요 예능인들은 너무 바빠요. 일주일에 고정 스케줄이 3~4개, 많으면 5개입니다. 반면 연기자들은 드라마 안 할 때는 공백기입니다. ‘꽃보다 할배’는 10일 정도 외국 나가야 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을 뺄 수 있는 사람은 연기자 제외하면 몇 명 없어요.”

인터넷용 콘텐츠를 고민하던 나 PD에서 ‘1박 2일’ 때 함께한 멤버들이 떠올랐고, 그들과 함께 젊은이들을 겨냥한 B급 정서의 인터넷용 콘텐츠를 제작해보자고 결심한다.

수익이나 중국 진출이라는 점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예능인들과의 작업은 그 자체로 즐거웠다.

“매번 힐링 콘셉트의 정적인 예능을 하다, 예능인들을 작업하니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고, 다음 시리즈를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리즈 ‘인터넷 전용’에 이어 다음 시리즈 ‘선 인터넷 공개 후 TV 방영’ 방식도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다. 이번에도 그만둘까 하는 고민이 다시 들었다. 하지만 한번만 더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데서 좋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신서유기’도 ‘1박 2일’과 비슷해요. 어차피 게임쇼인데, 어떻게 푸느냐가 다르죠. ‘1박 2일’은 국민 콘텐츠로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다면, 신서유기는 B급 감성으로 젊은이들을 겨냥하죠. 그런데 이 B급 감성이 애매한(예상치 못한) 데서 터져요. 시청률은 안 나오는데.”

나 PD는 “젊은 친구들만 잡는 건 시청률에서 승산이 없다”며 “모든 연령을 아울러야 시청률이 좋다. ‘신서유기’는 특정 계층이 애정을 갖고 지지해 줬다”고 했다.

이어 “결국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청률 높거나, 특정 계층의 지지를 받는 것인데, ‘신서유기’는 후자였다. 그게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 얻어걸렸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터진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 최종회. (사진=방송화면 캡처)
그는 ‘신서유기’를 더 길게 유지하려면, 소비자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외전 강식당이었다. 그 결과 강식당은 시리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평균 8.3%, 최고 9.1%,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을 기록하며 저변을 넓힌다.

사실 그의 말대로 ‘강식당’이 아니었다면 ‘신서유기’가 있는지 모를 시청자고 많았을 것이다.

나 PD는 “결국 시청률이란 건 어느 저변을 찾아 가느냐의 문제”라며 “그럼에도 다양한 연령층 잡으려 시도하면서 B급 감성 안 놓칠 수 있었던 것은 후배 신효정 PD의 감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프로그램이든 만들 때 한 가지 목표만 정하지 않는다. 여러 목표를 삼고 이중 하나만 터져도 얼마나 다행일까라고 생각한다”며 “'신서유기'는 성공보다 실패한 콘텐츠지만 특유의 개성 때문에 많은 사랑 받고 있고, 이런 중에 강식당이 잘되면서 저변 넓어진 프로가 됐다. 앞으로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잘 흘러갈 콘텐츠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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