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세요. 촬영 중간 중간 '2상 6방' 사람들끼리 동네에서 한잔 할 때가 있었는데, 저희 테이블까지 계산하고 사라지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죄수'들이라 불쌍해 보였나 봐요. 불쌍할 역할을 하면 이런 게 좋구나 싶기도 했고요. (미소).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큰 사랑을 받을 만 했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었으나, 한양은 '감빵생활'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소금 같은 역할을 한 캐릭터다. 이규형은 철없는 부잣집 아들인 줄만 알았는데 서울대 약대 출신 엘리트였던,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한양 역을 120% 소화해냈다.
"마약 관련 미드와 다큐를 찾아보며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수소문을 한 끝에 마약, 특히 '히로뽕'에 손 댄 사람들이 틱 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캐릭터에 반영했죠. '해롱이'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입 꼬리를 자주 움직인 이유에요. 사실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왜 자꾸 해롱이 표정을 짓냐'고들 해요. 10개월 간 '해롱이'로 살았더니 얼굴 근육이 변했나 봐요. (웃음)."
"워낙 베테랑 배우 분들이 많았고, 또 다들 애드리브를 잘 받아주셨어요. 덕분에 촬영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 같은 대사도 사실 즉흥적으로 나온 대사였고요. '해롱이'와 제일 티격태격 했던 캐릭터는 아무래도 문래동 선생님이었죠. 잘 때려주신(?) 덕분에 맞는 신도 잘 나왔고요. 물론 아팠지만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면 그 정돈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어요. (미소). 아, '니킥'을 맞은 장면은 사실 CG였답니다."
그런가 하면, 극중 한양은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출소 당일, 검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것. 이를 두고 아쉬움을 표한 시청자들이 많았다. 결말에 대해 이규형은 "저 역시 놀랐다"면서도 "감독님의 결정을 수긍한다"고 했다.
"출소하자마자 다시 마약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감독께서 살짝 귀띔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이유나 과정에 대해선 얘기 안 해주셨어요. 나름 지원이(극중 한양의 연인, 김승찬 분)가 출소 날 안 나와서 그랬나 추측을 했는데, 웬걸...충격이었죠. 하지만 이내 바람직한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범죄자를 미화 시키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이 중요시 여긴 부분이니까요. 마약사범은 초범이 재범, 상습범 된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한창 일이 잘 안 잡혔어요. 생계유지를 걱정해야할 정도로요. 그러던 중 연극 '날 보러 와요'와 뮤지컬 '팬레터'를 연이어 하게 되었는데, 마침 운 좋게도 캐스팅을 위해 공연장을 찾아다니던 감독, 작가님이 제가 출연한 두 작품을 다 보신 거죠. '날 보러 와요'에서 1인 4역을 했는데 그 중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용의자2를 연기한 모습을 보고 '해롱이' 캐릭터와 잘 맞겠다고 생각하셨대요."
준비된 자에게 운이 따르는 법이다. 대학로에서 소처럼 일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이규형은 '감빵생활'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벌써부터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상황. 이규형은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찾아주고 계신다"며 "'나비효과'처럼 예전에 노력한 것들이 이제야 다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해준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5년 뒤 영화 ‘나의 독재자' 때 저를 캐스팅 해주셨어요. 비록 영화가 흥행하진 못했지만, 그 작품 덕에 '화랑'을 하고 뒤이어 '도깨비'를 할 수 있게 되었죠. '나비효과'처럼 작품이 이어진 거죠. 사실 '프로필 투어'가 노력 대비 얻는 게 많이 없는 편인데, 요즘 후배들이 진로상담을 하러 오면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나으니까 해'라고 해줘요. 제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요."
'감빵생활' 캐스팅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 눈물을 흘릴 뻔 했다던 이규형.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력을 제대로 발휘, 자신의 주가를 높인 그는 인터뷰 말미 "'감빵생활' 때와는 또 다른 캐릭터로 찾아뵙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이규형이라는 배우를 각인시킨 것 같아 기뻐요. 대학로에서 쉬지 않고 활동하는 배우로 유명했어요. 빨리 차기작을 정해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 뵙고 싶고, '저런 연기도 가능해?' 라는 반응을 얻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