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이날 16강전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 · 세르비아)를 3-0(7-6<7-4> 7-5 7-6<7-3>)으로 완파했다.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 단식 이형택의 16강을 넘어 한국 선수 메이저 최고 성적을 냈다.
이제 정현의 눈은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의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을 향하고 있다. 오는 24일 8강전에서 맞붙을 상대는 테니스 샌드그렌(97위 · 미국)이다.
세계 랭킹으로만 보면 샌드그렌은 철저한 무명이다. 샌드그렌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역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랐다. 27살의 샌드그렌은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든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활동했다. 챌린저 대회에서는 3번 우승했다. 정현도 최근에야 맞대결을 펼쳤고, 이겼다. 정현은 지난 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ATP 투어 ASB클래식 1회전에서 샌드그렌을 2-1(6-3 5-7 6-3)로 눌렀다.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에서 잇따라 '톱10' 랭커들을 제압했다. 2회전에서 세계 8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를 3-0(6-2 6-1 6-4)으로 완파한 샌드그렌은 4회전에서는 5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3-2(6-2 4-6 7-6<7-4> 6-7<7-9> 6-3)로 잡았다. 랭킹의 격차로만 보면 정현보다 더한 이변이다.
물론 정현도 호주오픈만 6번 우승한 조코비치라는 큰 산을 넘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이날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지난 시즌을 조기에 접은 원인이던 오른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정현과 16강전에서도 조코비치는 여러 차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정현은 충분히 이길 만큼 훌륭했다"고 칭찬하면서도 "경기 내내 통증을 다스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 상승세까지 생각하면 결코 샌드그렌을 얕잡아보기 어렵다. 샌드그렌은 특히 강서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팀을 누른 것도 20개의 서브 에이스 덕분이었다.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 평균 10개 이상의 에이스를 찍고 있다.
정현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정현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랜드슬램에서는 모두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면서 "잠을 충분히 자고 회복해서 수요일에 열리는 경기에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8강을 넘는다면 정현의 4강 상대는 로저 페더러(2위 · 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 · 체코) 8강전의 승자다. '황제' 페더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현이 페더러와 만나려면 샌드그렌을 꺾어야 한다. 아픈 조코비치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는 미친 샌드그렌. 정현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