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타파' 나선 文정부…'포괄적 네거티브' 추진

신기술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방식…규제 샌드박스 입법 주력

혁신성장 핵심 선도사업인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드론 분야를 비롯한 각종 신산업의 규제가 상당수 간소화되거나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각종 신기술 등을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일명 '포괄적 네거티브'와 특정 분야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입법도 추진된다.

정부는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제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9월 발표한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의 후속 조치 차원이다.

정부는 먼저 '원칙허용-예외금지' 기반인 기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에 △포괄적 개념 정의 △유연한 분류체계 △사후평가 관리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적 제도 도입을 추가하기로 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 등을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에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동차 분류체계 유연화' 등 38개 개선과제도 제시했다.

가령 기존 법규에 '선박급유업'으로 한정된 선박연료공급업을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함으로써, 올 하반기부터는 LNG선박에 대해서도 연료공급사업을 허용하는 식이다.

자동차 종류 역시 기존의 구조·크기·배기량 등에 따른 분류 방식으로는 '초소형 삼륜전기차'를 규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혁신' 카테고리를 도입해 유연화한다는 구상이다.

음악영상물과 파일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제작·배급업자가 공급전 자체 심의하고 위원회가 사후 관리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정부는 특히 일정 기간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혁신성장을 이끌 8대 핵심 선도사업인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 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이 주요 대상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해 당장 2월 국회부터 △ICT 분야 정보통신융합법 △핀테크 분야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 분야 산업융합촉진법 △지역 혁신성장 관련 지역특구법 등 4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스마트시티' 육성을 위해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이 자유롭게 구현되는 '국가 시범도시'에 규제 샌드박스와 각종 특례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도시에도 입지규제 특례 등을 대폭 완화하는 '혁신성장 진흥구역'을 운영할 방침이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획일적인 입지규제에서 벗어나 기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의적인 스마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시범도시엔 대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주체의 시장진입이 허용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지금까지는 임시운행허가를 신청할 때마다 일일이 안전성을 검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미 허가받은 자율주행차와 동일한 차량은 서류 확인만으로 시험운행이 허용된다.

드론의 경우 민간에서 직접 상용화 테스트를 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정,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통해 조기 상용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극한 기상환경용 △공공시설물·문화재 등 지상인프라 정밀점검 △군·경찰·소방용 등 특수 극한업무용 △해양순찰 정밀점검 등이 해당된다.

특히 기존 무게·용도 중심의 드론 분류체계를 위험도·성능 기반으로 고도화해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선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경제 정책의 '양대 축'으로 급부상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전봇대 뽑기'나 박근혜정부의 '손톱끝 가시 빼기'처럼, 역대 정부마다 내세워온 규제 개선이 결국은 '대기업 특혜'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맹지연 국장은 "네거티브 방식을 확대하겠다는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개념"이라며 "국민 생명과 안전 등에 직결된 사안을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기본적으로 허용해놓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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