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심폐소생술 순간 떠올라…하루하루 지옥입니다"

- 아파트내 교통사고, 6세 여아 숨져
- "어른들이 미안" 추모물결 이어져
- 아파트는 사유지‥중과실 적용안돼
- 유족, 도로교통법 개정 靑 청원 운동
- 전문가 "치외법권 아파트, 법 개정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유가족), 박무혁(도로교통안전공단 교수)

"이쁜아,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 해서 미안해."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지난 10월 이 아파트에 사는 6살 여자 아이가 단지 안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여서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는데요. 문제는 차단기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에 해당한답니다. 즉, 일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도로 사고에 비해서 약하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지금 도로교통법 개정 청원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아파트 분수대에서 추모제를 열고 거기 많은 주민들이 동참을 해서 뉴스가 됐었죠. 지금부터 그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서 어떻게 된 사연인지 좀 들어보겠습니다. 이 어머니는 소방서의 구급대원이시래요.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네요. 익명으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어머님 나와계세요.


◆ 유가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현직 소방서 구급대원이신 거예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그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 하고 다른 곳에서 지내신다고 들으셨어요.

◆ 유가족> 네, 집으로 들어온 지는 한 3-4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사고가 난 곳이 정문에서 바로 들어와야 되는 곳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사고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그 사고 당일에 딸아이하고 함께 걷고 계셨어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사진=김미성 기자)
◆ 유가족> 작년 10월 16일 오후 7시 10분쯤이에요. 제가 퇴근을 하고 다음날 소풍 가는 딸아이 하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갈 때쯤 돌진하는 차량에 치여서 저는 날아가서 꼬리뼈가 골절되고 저희 딸아이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저도 사진을 봤습니다마는 신호등은 없지만 누가 봐도 선이 분명하게 그어져 있는 꽤 큰 도로입니다, 여러분. 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차가 갑자기 나타난 건가요?

◆ 유가족> 거의 다 건너갔을 때라 (차가) 우리를 못 볼 거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충돌을 한 이후에도 차가 그대로 계속 달렸다는 건 무슨 얘기예요?

◆ 유가족> 바로 멈춘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조금 더 갔다는 거를 첫 재판에서 판사님이 영상을 보고 가해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저는 바로 멈춘 걸로 알았고.

◇ 김현정> 왜 그랬다고 그래요, 가해자는?

◆ 유가족> 그냥 아무 말을 안 하시더라고요. 맨 처음에 (판사가) 바로 멈췄냐고 물어봤을 때는 네라고 대답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영상을 보여주면서 왜 여기서 더 가지 않았냐 하니까 그때는 아무 말을 못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왜 여기서 갔느냐, 왜 여기서 멈추지 않았느냐 하니까.

◆ 유가족> 네.

◇ 김현정> 그래서 충돌했습니다. 어머니가 소방대원이니시니까 119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을 하셨다면서요. 본인도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 유가족> 어떤 상황으로 표현을 해야 할지. 자기 아이를 직접 심폐소생술을 한다는 건 너무 끔찍하고 무섭고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날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고 눈을 감아도 또 떠올라서, 또 엄마가 119 구급대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부모님들을 더 힘들게 한 건 여기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기존 도로의 횡단보도 사고와 달리 구형이 약하게 됐어요. 금고 2년형이 구형됐다고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구형이 2년이라는 거는 이제 선고는 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잖아요. 왜 그렇게 됐다고 합니까?

◆ 유가족> 제 생각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아서 이렇게 약한 처벌이 나온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 김현정> 그렇죠. 보통 횡단보도에서 사망사고를 내면 12대 중과실에 해당을 하거든요. 그런데 차단기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사유지에 해당하고 횡단보도도 중과실 교통사고에 적용이 안 된다 이런 논리라면서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이런 규정 있다는 건 알고 계셨어요?

◆ 유가족>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번 일로 알게 된 거고 횡단보도는 당연히 법으로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이도 횡단보도를 건넜을 뿐인데 아파트 횡단보도를 나라에서 그린 건지 아파트에서 그린 건지 그걸 누가 알 수 있을까요.

◇ 김현정> 그렇죠.

◆ 유가족> 사유지라는 이유로 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꼭 고쳐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아파트 단지 내 호소문도 붙이고 청와대에 청원 글도 올리고 지금까지 이 운동을 하고 계시는 건데 지난 목요일 오후 이 아파트 단지에서 추모식이 거행이 됐어요. 분수대에서 추모식을 하셨더라고요.

◆ 유가족> 네, 아이가 좋아하는 분수대에서 18일부터 21일까지 잘 마무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셨군요. 귀하지 않은 자식이 세상에 있겠습니다마는 몇 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이라고 제가 들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더라고요, 어머님.

◆ 유가족> 6년 만에 맞은 딸이었어요. 그런데 그 어린 걸 제가 너무 아프게 보내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서...

◇ 김현정> 어머니, 힘을 내시고요. 어머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 죄책감 느끼지 마시고요. 지금 소방서에는 복직을 하신 겁니까?

◆ 유가족> 복직을 했는데 현장 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 현장은 못 뛰고 있습니다.

아이가 사고를 당한 곳에 과자와 꽃다발 등이 쌓여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 김현정> 못 뛰고 계시군요. 충분히 그 심정 이해합니다. 여러분, 이 호소에 동의하신다면 청원 운동에 동의해 주시면 됩니다. 청와대에 지금 청원이 올라가 있습니다. 거기에 동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저희 끝까지 보고 여러분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어머님.

◆ 유가족> 정말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유가족> 네.

◇ 김현정> 대전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 약한 처벌이 내려져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자의 어머니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그러니까 보기에는 같은 도로고 같은 횡단보도인데도 같은 게 아니다, 이 규정.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박 교수님, 나와 계세요?

◆ 박무혁>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저도 아파트에 살거든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꽤 커서 횡단보도가 여러 개 있단 말입니다. 어디가 사유지고 어디가 공유지인지. 어떤 횡단보도는 경찰청에서 그린 거고 어떤 횡단보도는 관리실에서 그린 건지 이거 어떻게 알아요?

◆ 박무혁> 일단은 도로교통법과 대법원 판례에서는 도로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 김현정> 도로의 개념 뭡니까?

◆ 박무혁> 일단 먼저 도로는 도로법 등에 따른 도로와 특히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를 칭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차단기 없이 어떤 차든지 지날 수 있으면 그게 도로다.


◆ 박무혁>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와 같이 출입 차단기 등으로 출입을 통제한다면 특정한 주민들만 이용하게 되는 비공개된 장소이기 때문에 도로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거기 안에 그려져 있는 차단기 안에 있는 공간에 그려져 있는 횡단보도들은 다 관리실에서 혹은 부녀회에서 주의하시오라고 해서 그냥 그려놓은 거라는 거죠? 사실상 도로의 횡단보도와는 다른 차원이다.

◆ 박무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문자들도 꽤 많이 들어옵니다마는 횡단보도가 누가 그렸느냐에 따라서 사망의 가치가 달라지다니. 이거 이해할 수 없다. 차가 다니면 다 도로 아니냐. 이런 문자 많이 오거든요.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세요?

◆ 박무혁> 이제 우리 도로교통법에서는 교통안전시설이나 교통안전표지를 지방경찰청장이나 지자체장이 승인을 했을 경우에 그때만 교통의 효력이 있다라고 보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내부는 사실상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든가 주민자치협의회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그어졌다라는 그런 논리로 있다 보니까 좀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초래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은 교통안전 시설이나 표지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제 권한 없는 자가 사실상 그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돼서는 이제 심도 있는 논의가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요. 권한 조금 더 생각을 해야 되는데 우리 교수님 생각은 어떤 쪽이세요. 도로의 개념에 대해서 이 피해 어머님께서는 더 확대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내도 엄연히 차가 쌩쌩 다니는데 거기에서 관리실이 그어놓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그것도 기존 도로처럼 중과실로 처벌을 무겁게 해야지 지금 너무나 약한 처벌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거든요.

◆ 박무혁> 저도 동의합니다. 일단 아파트 단지 내부와 같은 이런 부분이 도로의 구역이라고 통칭하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 이 도로의 구역이 사실상 교통안전 사각지대로 방치가 되고 있고 심지어 교통안전의 치외법권 지역이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 김현정> 치외법권 지역이다, 지금.

◆ 박무혁>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교통안전 방치 지역으로 이렇게 되어 있는 그런 부분은 좀 잘못됐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개념을 도로뿐만 아니라 이제 아파트 단지와 같이 다중 밀집 지역은 좀 도로로 간주하는 쪽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논의가 좀 이루어져야 된다는 쪽이시죠?

◆ 박무혁>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예주아빠’님도 5살 때 아파트 단지 내의 도로에서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다가 자동차에 치였답니다. 그래서 9개월 동안 고생했대요, 입원하고. 그런데 그때 알아보니 아파트 단지는 사유지여서 아무리 차에 치여도 일반 도로에서 차에 치인 것과는 처벌이 다르다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기가 막혔다는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당해 보신 분들은 아시는 거군요.

그런데 지금 단지 내 도로도 이 피해 아동이 당한 도로를 봤거든요. 조그마한 도로가 아니에요. 인도가 양쪽에 있는 꽤 큰 도로고 버젓이 횡단보도가 있어서 이게 사유지라고만 볼 문제는 아니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도로처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이런 경미한 사고까지 중과실로 처리할 경우 도로처럼 처벌할 경우에는 전과자가 너무 많이 양산될 수 있다라는 게 반론이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박무혁> 일단 전과자가 증가한다 그 부분보다는 국민안전 확보라는 공익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국민의 교통안전을 위해서 최적의 방안이 무엇일지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될 텐데. 이제는 입법적 정책적 결단을 위한 사회적 담론의 장을 조속히 구축을 해서 도로의 구역을 좀 국민안전구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생각이 들고요. 다만 처벌이 일단 무조건 최우선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일단 가장 우선적으로 아파트 단지 내 도로 환경을 대폭 고치고요. 그리고 또 이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전을 어떻게 해야 될지 그리고 보행을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서 교통안전 교육이 조금 더 병행이 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주 중요한 부분 지적해 주셨어요. 단지 안은 어디서든지 사람이 튀어나올 수 있는데 운전자들이 너무나 쌩쌩, 일반 도로처럼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나면 여기 일반 도로 아닙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상황. 이걸 지적을 해 주셨어요.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청원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요. 오늘 저희가 주의 깊게 들어봤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박무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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