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취임하는 홍 신임회장은 앞으로 4년간 음악 저작권자들의 신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를 이끌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음저협에 등록된 회원은 2만7천500명이며 등록 곡 수는 54만여 곡, 저작권 징수 규모는 1천768억원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작업실에서 만난 홍 회장은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징수규정 승인제는 폐지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음악 가격과 저작권 요율을 표준화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대만 정도로 이외에는 신고제다. 음악인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고 이는 해외 음악 단체들과의 상호 관리 조약에도 맞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 홍 회장은 방송권·공연권·전송권·복제권 등 저작권 사용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스트리밍 신시장의 징수규정을 확립해 저작권 징수 규모를 임기 내 5천억원 시장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음저협의 평균 수수료는 2013년 15.1%에서 지난해 10.9%로 꾸준히 인하됐다"며 "이취임식이 있는 2월 총회에서 9.96%로 다시 인하하는 안건이 처리될 예정으로 세계 1위(평균 8.6% 이하) 수준을 달성해 회원들에게 더 많은 저작권료가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곡가 김형석과 윤일상·가수 최백호 등의 지지를 받아 23대 회장으로 당선된 홍 회장은 이승철, 이문세, 알리, SG워너비의, 윤태규 등의 대표곡을 만든 작곡가로 마시따밴드로 활동했으며 협회의 제18·19대 이사를 역임했다. 다음은 홍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핵심 공약이 정부의 징수규정 승인제 폐지인데.
▲ 음악의 가격은 자유 시장 경제에 맡겨놔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용자와 음악 저작권단체들이 조율해 결정하고 나라에 신고만 하는 시스템인데 우린 음악에 대해 유독 사유재산권 침해가 심하다. 정부의 승인제를 통해 모든 작곡가에게 같은 요율이 적용되는 것은 작가들에게 책이나 그림을 같은 가격에 팔라는 것과 같다. 또 한음저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음악도 상호 계약으로 관리하고 있어 엄밀히 말해 해외 저작권 단체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국제 소송감이 될 수 있다.
-- 저작권의 세부 영역별 정책을 개선해 임기 내 5천억 원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가능한 수치인가.
▲ 저작권료는 크게 방송·공연·전송·복제 사용료 등으로 나뉜다. 지상파의 방송 사용료를 세계 표준 요율로 상향시키고, 올해 8월부터 공연사용료 징수 대상 업종이 확대되는데 점진적으로 더 늘려갈 것이다. 또 전송 사용료의 경우 5대 음원 서비스 사업자 중심의 유료 서비스에서 인터넷 영상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어 이에 대한 징수규정을 확립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한국 음악 작품명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통해 해외 사용료의 누수를 방지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본다.
-- 공연사용료 징수 대상 업종은 어떻게 확대되나.
▲ 8월부터 커피숍과 호프·주점, 헬스클럽, 복합쇼핑몰 등에서 음악을 틀면 사용료를 징수하며 앞으로 패스트푸드, 일반음식점, 제과점, 미용실, 편의점 등으로 점진적인 확대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매장의 공연사용료가 한 달 평균 2천원이란 점이다. 세계 평균은 2만~4만원으로, 우리도 말도 안 되는 지금의 사용료를 1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 방송사용료의 경우 지상파 사용료율을 세계 평균 수준으로 상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 지상파 방송 3사의 총 매출이 3조가 넘는다. 현재 방송 사용료율은 매출의 0.65%인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을 보면 미국은 매출의 2%가 넘으며, 다른 나라는 1.65% 정도 된다. 협회가 원하는 것은 세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것으로 지상파의 요율에 따라 IPTV, 케이블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또 방송사들이 사용 곡목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음악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데 예외 조항을 만들더라도 지상파의 사전 승인제가 도입돼야 한다.
-- 음원 시장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시장으로 재편됐다. 스트리밍 상품의 가격과 다운로드 대비 적은 저작권 요율 등 전송사용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국내 전송시장 생태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 덕에 꽤 안정되게 성장했다. 캐나다는 저작권 규모 2천700억원 중 전송사용료가 2%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천768억원 중 30% 넘게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묶음·할인 상품 판매, 다운로드에 반해 저작권자에게 분배되는 요율이 적은 스트리밍 수익 분배 개선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 1만원을 내고 한 달간 음악을 듣는 사람이 이를 다 소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낙전 수입'을 이동통신사가 취하는 것도 문제다. 아울러 새로운 스트리밍 시장 확보에도 나설 것이며, 한국 음악 제목의 국제 표준화 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전송 사용료가 누수 없이 징수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현 윤명선 회장의 개혁에 이어 2차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 윤 회장의 공은 해외 음악 단체와의 국제 공조를 탄탄히 다졌다는 점이다. 해외 네트워크가 국내 시장의 저작권 문제를 개선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작가 연맹(APMA)의 집행위원회 부회장에 당선되는 등 국제적인 신임을 쌓았다. 취임하면 임기 내 목표가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시삭)의 상임 이사국 진출이다. 현재 상임 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다.
아울러 윤 회장은 행정적인 개혁도 많이 했다. 고질적이던 특채나 청탁을 없애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공채 직원을 뽑아 사내 문화가 바뀌도록 했고, 회장의 해외 출장 시 비행기(이코노미석)와 숙박 등급을 낮추고 업무 추진비까지 줄이는 노력을 했다. 협회는 신탁 수수료로 1년 살림을 사는데 매년 일반 회계 예산을 남겼고 회계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회원들의 수수료도 꾸준히 낮추는 등 취임 당시 공약을 거의 다 지켰다.
-- 그러나 지난해 말 문체부는 음악 분야 신탁 단체 업무점검에서 회의비 예산(10억여원)의 과도한 책정을 지적하고 전문 경영인 도입, 회장에 의한 지명 이사 제도 폐지, 회원 대상 임원보수 공개 등 업무 개선 명령을 내렸는데.
▲ 일반 회계에서 회의비 예산 10억원은 총회, 평의원회, 이사회, 각종 위원회, 기타 회의 등 협회의 모든 회의비 전체를 통합한 비용이다. 총회를 할 때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교통비, 장소 대여비, 식사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2017년에는 정기 총회 외에 선거 총회가 추가로 있었다. 총회를 한번 더해 2016년보다 회의비를 일부 인상하는 경영상의 사정이 있는데도 과도한 예산을 책정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또 임원 대상 회의비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불법이라는 로펌 3군데의 자문이 있어 앞서 한차례 문체부에 법적인 문제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자문 내용과 함께 전달한 바 있다.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경영자의 자질은 사람의 문제이지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 회장도 전문경영인은 아니지만 4년 만에 저작권료 580억원 징수 확대를 달성했다. 능력있고 음악인의 이해도가 높은 선출직 음악인이 경영하는 것이 아직은 옳다고 여긴다. 다만 협회 징수 규모가 5천억원 이상이 된다면 그때에는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회장의 지명 이사 제도 폐지는 이달 말 이사회 때, 제 임기가 끝나는 차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안건 상정을 할 것이며 의결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이후 2월 총회에서 정회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해 최종 통과시킬 예정이다. 그러면 다음 선거부터는 회장이 이사 2인을 지명하지 못하고, 대신 선거 총회에서 회원들의 투표로 2인의 이사를 추가 선출하게 된다.
-- 앞으로 4년간 어떤 자세로 일할 것인가.
▲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니 사명감으로 가야 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국내 음악 저작권자 중 몇 안 되는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실제는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회원이 수천 명이다. 그런 분들이 정당한 대가와 보다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일할 생각이다. 정직하게, 청렴하게 일하며 어떤 청탁도 받지 않을 것이다. 머슴처럼 일해서 칭찬받는 회장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