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로 외치는 유아들의 모습에 놀랐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더 놀랄 일이 계속 이어졌다.
부모에게 떼쓰는 등 통제가 도무지 안 될 것 같던 유아들이 미동도 없이 얌전히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이 자체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부모들도 그런 자녀들의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공연을 보기보다 공연에 집중하는 자녀를 신기하듯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일이 가족뮤지컬 ‘번개맨의 비밀-더오리지널’(제작사 힘컨텐츠) 공연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어린아이들은 번개맨과 번개걸, 마리오 등 친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캐릭터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아이들은 번개맨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번개맨이 힘들어 할 때에는 안절부절못하며 “힘내”라 응원했고, 번개맨이 악당을 물리치고 승리할 때는 자신의 일 인양 기뻐했다.
아이들은 번개맨의 대사나 액션도 따라했다. 번개맨이나 번개걸의 옷을 입고 올 정도로 팬이니, 주요 대사를 외우는 정도는 어쩌면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부 어린이 공연이 인기 캐릭터만을 앞세워 아이들을 현혹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부모들로부터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번개맨의 비밀’은 스토리와 무대장치, 넘버 등 작품성이 고루 뛰어났다. 부모들의 준 ‘9.8’이라는 높은 인터파크 평점이 그 방증이다. 아이 못지 않게 부모들도 작품에 만족했다.
특히 음악이 뛰어나다. 국민 동요 ‘올챙이송’으로 잘 알려진 윤현진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다. 윤 대표는 번개맨 이외에도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별로 노래를 만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혹시라도 번개맨과 친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까봐 부모가 아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당동에서 5살 딸과 함께 왔다는 김민정 씨(36)는 “그동안 본 어린이 뮤지컬 중 가장 팬서비스가 좋은 것 같다. 아이가 신나니 내가 더 즐겁다”며 흡족해했다.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오리지널'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한다.
한편 '번개맨의 비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사업으로 선정 되어 유아용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