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탈 "'감빵생활', 핫팩처럼 따뜻한 작품이었죠"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김제혁(박해수 분)의 여자친구 지호 역을 맡아 열연한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본명 정수정). 비록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 '2상 6방' 식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며 '감빵생활'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데 힘을 보탰다.

"드라마 보셨어요? 정말 재밌지 않아요?".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던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SM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만난 크리스탈은 마치 '감빵생활' 속 지호처럼, 밝고 쾌활했다. 앞서 '상속자들', '하백의 신부' 등에 출연한 바 있지만, 작품이 끝난 뒤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 드라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크리스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감빵생활'은 저에게 '핫팩' 같은 작품이었어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촬영 현장에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분들이 많았거든요. 너무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CJ E&M 제공)
-'감빵생활'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처음으로 진짜 재밌다고 느꼈고, 단 한 장면이 나오더라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디션을 두 차례 정도 본 뒤 지호 역을 맡게 됐고."

-드라마를 위해 데뷔 후 처음으로 긴 생머리를 잘랐다고.
"감독님도 원하셨고, 개인적으로 이미지 변신도 하고 싶었다. 사실 마음먹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자르기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나? '잠깐만'을 몇 번이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미소). 머리를 뒤로 넘기는 습관이 있는데 넘길 머리가 없어서 당황한 적도 많다."

-신원호 PD와 호흡한 소감은.
"감독님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단하신 분이지 않나. 제가 봤을 때도 뭔가 다른 면이 있으신 듯하다. 일단, 촬영 현장을 굉장히 재밌게 해주신다. 배우들도 편하게 대해주시고 부담을 주거나 강요를 하는 일이 없다. 환경을 좋게 해주시니, 스태프 분들도 배우 분들도 다 좋아하는 것 같다. 또 유머가 장난이 아니시다."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지호는 밝은 친구고, 또 한 성깔 하는 친구니까. 우울하고 어두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목소리 톤도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분량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그런데 욕심이 더 나긴 했다. 지호를 연기하며 처음으로 연기할 때 감정이입을 했다는 걸 느꼈거든."

-특별히 감정이입이 잘 된 이유는.
"모든 것이 합쳐져 시너지가 났다. 일단 교도소 접견실을 가본 적이 없으니 낯섦을 느끼는 게 그대로 연기에 반영됐다. 죄수복 입은 모습도 눈 앞에서 처음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또, (박)해수 오빠가 이전에 많이 봤던 분이 아니어서 진짜 김제혁으로 느껴진 것 같다. 지호 안에 제 실제 모습도 어느 정도 있기도 하고."

-야구에 대한 관심은 있었나.
"잘 몰랐다. 그런데 야구 감독 딸이자 야구 선수 여자친구라는 설정이라 전문용어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야 했기에 캐스팅이 된 후 매니저 오빠들과 야구를 보러가서 모르는 걸 물어가며 공부했다. 힘들었지만 나름 빨리 습득했다."

-상대역인 박해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연기를 너무 잘 하시는 분이라 믿고 갔다. 현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고. 해수 오빠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되게 좋은 느낌을 주고받았다. 우려와 달리 나이 차이로 인한 부담은 없었다. 의외로 애교쟁이고 장난도 많이 치는 오빠다. 진지한 감정신이 끝나고 나면 '입 간지러워 죽을 뻔 했다' '빨리 너 괴롭히고 싶었다'고 하곤 했다. (웃음)."

-'2상 6방' 식구들과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겠다.
"연기 호흡을 맞추진 못했지만, 회식 자리에서 자주 교류했다. 연극을 하시던 선배들이라 그런지 대화 내용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예술적인 느낌이었다고 할까. 제가 원래 진짜 '집순이'인데 '감빵' 사람들 참석한다고 하면 자진해서 (회식 장소에) 나갔다. 평소 주변 언니오빠들이 사람들 좀 만나서 얘기 좀 듣고 살라고 했었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한 줄 알겠더라."

-촬영이 없는 날 세트장에 놀러가기도 했다고.
"교도소 야외 신을 전남 장흥에서 촬영했는데 장흥 세트장이 음식도 맛있고 공기도 좋다고 스태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었다. 그래서 한 번은 (임)화영(제희 역) 언니와 고속버스 타고 5시간을 달려 장흥에 놀러간 적이 있다. 저희 둘이 가니 스태프와 배우 분들 모두 설렌다며 좋아해주셨다. (미소). 너무 재밌게 놀다왔던 기억이 난다."

-배우들 사이에서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나.
"다들 '하고 싶다'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긴 한다. '세트장 무너지면 아깝겠다'고도 하고. 화영 언니와는 여자 교도소 버전으로 시즌2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시청자 반응은 좀 봤나.
"처음에는 봤는데 나중에는 많이 보진 못 했다. 제가 원래 인터넷을 잘 안한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 많이 얘기를 해줬다."

-에프엑스 완전체 활동이 멈춘 지 꽤 됐다.
"멤버들과 '앨범 내고 싶다' '앨범 내자'고 자주 얘기하긴 했다. 그런데 시기도 중요하고 좋은 곡을 만나야 하기에 일단 기다리고 있다."

-개인 활동에 대해선 서로 배려해주는 편인가.
"너무 배려하는 것 같다. (웃음). 저희 멤버들이 다 너무 착해서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한다. 그래서 앨범이 못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감빵생활'을 본 멤버들의 반응은.
"아마 안 챙겨본 것 같다. 다들 바쁘게 지낸다. 엠버 언니 같은 경우는 봐도 이해를 못하더라. 현장에는 놀러온 적이 있는데 '그래서 너 역할이 뭔데?'라고 묻더라. 지난해 '하백의 신부' 할 때는 여신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아~ 네가 여신이야?' 하면서 웃더라."

-향후 활동 계획을 들려달라.
"'하백의 신부'를 찍기 전까지 거의 2년 정도 작품을 안 했다. '하백의 신부'를 통해 다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그렇다고 가수를 놓고 싶거나 그런 건 아니다. 좋은 게 있으면 움직이는 편이다. 좋은 곡이 있으면 앨범을 내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연기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실 시나리오나 대본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아니라 판단 기준이 없다. 그냥 마음이 가면 한다. 1%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나름 운동 신경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킬빌' 같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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