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정재승, 비트코인 규제 '한뜻'·수위 '대립각'

정재승 "비트코인은 암호경제 생태계의 꿀벌" VS 유시민 "아니, 발등의 불"

(사진=JTBC 암호화폐 긴급토론 방송 화면 갈무리)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투기 광풍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다만 그 수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18일 밤 JTBC 긴급토론 '가상통화 긴급토론 -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에서다.

이날 토론에서 정재승 교수는 "만약 제가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라면 5년 뒤에 '페이스북 코인'을 만들어서 '좋아요' 1000번 이상 받은 글을 쓴 사람들에게 그 코인을 준다. 그러면 양질의 글들이 그 페이스북에 올라올 것이고, 광고 효과를 높일 것"이라며 "페이스북 코인을 가진 사람은 '아마존 코인'과 바꿔서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월마트 코인'과 바꿔 월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지금까지 변동했던 것들이 잠잠해지고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부여되는지를 모두가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치를 저장하고 물건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만 수량이 제한돼 있지, 이러한 암호화폐를 심지어 개인도 발행할 수 있어서 화폐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유시민은 "우리는 꿈을 갖고 살고, 이상을 보고 산다. 그러나 현실에 발딛고 있다. 저는 이 최근의 사태가 미래를 향한 꿈과 현실의 욕구가 엉키면서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이상을 잊어 버리면 안 되고, 현실에 갖혀서도 안 되지만, 현실에 발딛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지갑'(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잖나. 우리나라에 300만 명이 직접 '지갑'을 갖고 있지 않지만, 거래소 '지갑'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며 "현실의 욕망이 꿈틀거려서 난리가 나고 있는데, 우리가 아직 불확실한 미래의 꿈을 갖고 이 문제(암호화폐 투기 광풍)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블록체인 기술, 비트코인 없이 발전할 수 '있다' VS '없다' 첨예한 입장 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의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없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할 수 없다"는 정 교수와 "비트코인을 떼어내도 블록체인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유 작가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규제 수위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여기서 블록체인이란 거래 정보를 한데 모아 데이터로 장부를 만들고, 이를 사슬처럼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모든 장부가 서로 연결돼 공유되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다.

먼저 정재승 교수는 "제가 생각하기에 암호경제 생태계가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꽃은 좋은데, 거기에 암호화폐라는 벌이나 벌레들은 다 죽여서 이 생태계를 유지하자는 (말도 안 되는) 얘기처럼 들린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것은 어느 하나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퍼블릭에서 블록체인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체굴을 돕고, 장부를 기입한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준다. 그것을 통해 아주 스마트한 계약을 해주고 공증을 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많은 블록체인 회사들이 생길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회사들이 돈이 없으니까, 아주 성공한 비즈니스 사례가 없으니까 마치 기업 공개를 해서 상장(IPO)를 하듯이 ICO를 해서, 그러니까 싸이월드를 만들기 전에 도토리를 먼저 팔아서 그 돈을 갖고 싸이월드를 만들어서 '도토리'를 산 사람이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과정이 다 만들어지면서 프라이빗 영역에서는 개발 회사들이, 퍼블릭 영역에서는 수많은 계약들이 비트코인으로 이뤄지고, 그 사이를 혈액처럼 암호화폐가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 중의 하나를 도려내면 블록체인의 다른 건강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만약에 다른 수수료를 내고 다른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실물경제가 스며들게 해서 암호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블록체인의 정신을 위반하고 훼손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 설령 우리가 그렇게 간다고 해도 일본, 스위스 영국 등지는 암호화페를 인정하고 그들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 그 생태계보다 우리가 암호화폐를 죽여서 만들려는 생태계가 더 건강하지도 않고, 더 기회가 많지도 않고, 더 활발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 교수는 "제가 보기에 암호화폐는 죽이고 블록체인은 좋은 기술이니 남기자고 하는 말은, 새들이 와서 벌레를 못 먹고 꽃들이 피지 않는 암흑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 밖에 될 수 없다"고 봤다.

◇ "비트코인은 신기한 장난감…개발자들도 투기 광풍으로 이어질지 몰랐을 것"

이와 달리 유시민 작가는 "사토시라는 개인 또는 한 공학자 그룹이 2008년 비트코인 논문을 내고 2009년 이 비트코인을 출범시켰다"며 논리를 전개했다.

"제가 '이 장난감(비트코인)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봤다. 비트코인은 되게 신묘한 장난감이다. 왜 사토시라는 창조자가 하필이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 암호화폐 시스템을 통해 구현했을까다. 왜 하필이면 화폐 형태로 구현했을까를 들여다보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유 작가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 좋은 원천 기술이고 기반 기술인데, 이것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사람이 '로드'다. 중앙시스템이 없고 로드와 로드끼리 블록으로 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블록은 정보가 묶여서 첨가되고 전송되는 단위잖나"라며 "최고 1메가까지 밖에 정보가 안 들어가는 그런 블록이 1700만 개까지 생산이 돼 있는데, 사람들이 이 시스템에 들어와 열심히 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인센티브로 제일 좋은 게 돈이잖나. 그런데 (우리가 화폐로 쓰는) 법정 통화는 줄 수 없으니까. 가상통화 혹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연산작업을 힘들게 해서 열심히 노동한 자에게 '도토리'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나중에 사고 팔게 된 것이다. '리니지' 아이템을 사고 팔듯이 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구현한 이유는 이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 시스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관심을 갖고 확 들어와서 이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게끔, 뭔가를 열심히 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본다"며 "이것이 투기 광풍으로 연결되리라고까지는 이분들(개발자)이, 혹은 이분이 상상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는 현재의 비트코인 문제나 암호화폐 문제를 그 개발자들의 의도에 맞춰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결국 개발자들이 이 장난감을 돌리기 위해서 그러한 인센티브를 여기다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것(암호화폐)이 오프라인 세계로 뛰쳐나왔고, 사람들은 이게 무슨 큰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안다. 본인들(암호화폐 관련 조직들)은 그런 것 광고 안했다고 하지만 비트코인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렇게 (광고)돼 있다. 그 다음에 중개소(거래소) 광고를 보라. 그 (연관된) 협회 관계자들이, 혹은 회사 관계자들이 했던 인터뷰 내용을 보라. 이 먼 미래의 불확실한 꿈을 갖고 사람들을 돈 들고 오라고 끌어들이는 인터뷰 투성이다. 지금 하시는 분들이 이것을 왜 못 없애냐 하면, 지금 이런 식으로 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들이 거래소에 투자를 하고 체굴기업에 투자를 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대부분은 그냥 투기성 자본이고 일부는 거기서 모은 돈으로 이것(블록체인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작은 사회적 효용에 비추어서 나중에 이 기술을 실현되려는 순간에 버블이 꺼져서 피해가 발생할 규모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대로 둬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없애지 말자고 이야기하겠지만, 전혀 그런 의도 없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서 실제로 투기 광풍을 일으키는 세력들이 어마어마하다. 이 문제를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생태계 VS 도박장…전제가 다르니 결과도 평행선

그 연장선상에서 유 작가는 "암호화폐는 멋도 모르고 여기 들어갔다가 등록금 집어넣고 은행 대출 받아서 집어넣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게임"이라며 아래와 같은 비유를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건축술, 비트코인은 집이다. 그런데 그 집을 처음에는 마을회관 하라고 지었는데, 지어놓고 보니 도박장이 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박장을 규제하려고 하니까 '건축을 탄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에 정 교수는 "그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거래소를 폐쇄하거나 (기업이 상장하는 것처럼) ICO 하려는 것을 전면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투명화하고 거래소가 준법 정신을 갖고 운영될 수 있다록 하고 보안을 안전하게 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거래소는 암호 경제 생태계와 실물 경제 생태계를 이어주는 곳이다."

이어 "그래서 암호 경제 안에서는 충분히 그 자체의 유기적인 구도가 있어야겠지만, 이것(거래소)이 실물경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가는 거래소를 통해 암호경제 네트워크를 관리하기도 하고, 그것이 투명하게 유지되도록 해 국민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입장 차이를 좁혀가지 못한 만큼 정부 규제 대책에서도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유 작가는 "제가 대책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제안을 하겠다. 정부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대책을 냈으면 좋겠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온라인 도박에 준하는 규제를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중개소를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 원래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생겼다는 것은 비트코인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일정한 규제 밑에서 P2P(개인간) 거래를 허용하되, 이것은 당장 폐지할 필요는 없고 긴 시간을 두고 개인간 거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자고 제안을 드리고 싶다."

정 교수는 "국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그 이유는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견해 차를 나타냈다.

"이것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을 최소화하면서, 대신 이 기술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잡초를 뽑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요소들을 근절하고 정보를 투명화 하고, 그래서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예전처럼 잘못 규제해 IT회사들을 미국처럼 만들지 못했던 과오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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