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을 발판으로 관련자들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 등이 발견될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검찰 지휘부에 대한 책임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2010년 첫 번째 수사...총리실 소속 지원관 선에서 꼬리 잘린 결론
민간인 사찰에 대한 검찰의 첫번째 수사는 지난 2010년이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쥐코' 동영상을 올린 민간인을 전방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부터다.
당시 검찰은 실제 사찰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들만 구속기소하고 윗선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민간인에 대한 전방위 사찰이 국무총리실 소속 지원관 한 명의 일탈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인 만큼, 당시 검찰은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2012년 두 번째 수사…관련자 폭로에도 불구, 증거 역추적도 안해
두 번째 수사는 2년 뒤인 2012년, 총리실 직원이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이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개입과 민정수석실의 은폐 시도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민간인 사찰에 직접 참여했던 장 전 주무관이 구체적 증거를 들고 나왔음에도, 검찰은 스스로를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청와대가 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막으려 건냈다는 5천만원의 출처를 역추적하면, 윗선이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검찰은 이 때도 미온적이었다.
장 전 주무관이 증거로 제시한 녹취파일만 봐도,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윗선은 임태희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보고체계에서 임 실장 아랫 선인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해 서면으로 사실확인서만 요청했다.
◇세 번째 도전하는 검찰…MB 겨냥 '최종 윗선' 밝힐까
정권이 바뀌고 진행된 검찰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서 5천만원의 출처가 드러난 이후, 검찰은 같은 사안에 대해 사실상 세 번째 도전을 하는 셈이 됐다.
윗선에 대한 실체적 조사는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수사팀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두 번이나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오명을 벗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동시에 당시 검찰 수뇌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을 발판으로 뻗어간 다른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명박 정권의 공신이었다 사찰 대상이 되기도 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찰에 가담한 인사들이) 각종 이권 청탁, 인사 청탁을 하다가 안 들으면 또 그 사람을 상대로 사찰을 했다"며 "이게 터지기 시작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블랙리스트는 댈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검찰은 속도를 내고 있다. 불과 일주일 동안 국정원으로부터 문제의 5천만원을 받아 건넨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구속했고, 첫 번째 검찰 수사에 증거를 은폐했던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조사했다.
검찰의 다음 관문은 민간인 사찰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두 번째 검찰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권재진 전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간인 사찰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던 이영호 전 비서관, 장 전 주무관의 녹취록 등을 통해 입막음용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태희 전 실장 역시 윗선 규명을 위해 지나야 할 다음 관문이다.
이들 모두가 그 전 검찰조사 결과처럼 공직자 개인의 일탈 수준에서 불법을 행한 게 아니라면, 이들에게 지시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 전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검찰의 최종 칼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