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내 '병동'엔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수용자 가득"
- 부랑자로 잡혀간 일반시민 4,000여 명…가족도 모른 채 끌려가
- 실태 조사 하려 하니 "미친놈 아니냐, 당장 철수시켜"
- 복지원 원장 고작 2년 6개월 징역 "정말로 이상한 재판"
- 진실 덮인 채 공소시효 만료…"특별법 통해 진상조사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월 17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용원 변호사(당시 울주지청 수사검사)
◇ 정관용> 요 사이 영화1987이 화제인데요. 1987년에 터진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아직도 진상규명 안 되고 있고요. 그 당시 수사 외압 의혹도 밝혀야 할 숙제입니다. 오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또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검찰에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는데요. 1987년 당시 이 사건 수사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 연결합니다. 김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용원> 네, 안녕하세요. 김용원 변호사입니다.
◇ 정관용> 김 변호사께서 1987년에 어쩌다가 이 수사를 시작을 하셨던 거였어요?
◆ 김용원> 제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를 시작한 것은 86년 12월 21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꿩이라도 한 마리 잡아볼까 하고 울주군 산 속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다가 강제노역의 현장을 목격한 겁니다.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이 울주군 작업장으로 한 180명 정도가 와서 농장 개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강제노역 현장을 제가 목격하면서 시작한 거였습니다.
◆ 김용원> 첫 눈에 그 작업장을 보는 순간에 아, 이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을 한 거죠.
◇ 정관용> 알고보니 저게 형제복지원이더라 이렇게 된 거죠?
◆ 김용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가봤더니 형제복지원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던가요?
◆ 김용원> 그게 부랑인 수용시설인 건데 이제 이 사건 수사하면서 대한민국에 이런 시설이 있구나 그리고 찾아보니까 그게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른 시설이었던 거죠.
◇ 정관용> 부랑인을 수용하는 곳이다? 부랑인을 어떻게 거기다가 수용을 합니까?
◆ 김용원> 당시에 전두환 정권 시절인데 이렇게 전두환 대통령이 81년도에 총리에게 지시를 한 것이 있습니다. 부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모조리 일제 검거를 해서 격리 수용하라는 이런 지시가 있었습니다, 총리에게. 그리고 나서는 이 길거리 부랑인 노숙자를 잡아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공원이나 역전 같은 데서 술 취해서 잠을 자거나 이렇게 돌아다니거나 심야에 길을 가거나 이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이런 꼴이 됐죠.
◇ 정관용> 강제로 잡아갔단 말입니까, 다?
◆ 김용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가족한테 통보를 했나요?
◆ 김용원> 가족에게 통보가 되지 않은 경우가 아주 대부분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 형제복지원에는 그렇게 강제로 끌려온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습니까?
◆ 김용원> 제가 수사할 그 당시에 3000명이 넘었고요. 울주 작업장에 와 있는 사람까지 합치면 거의 4000명에 육박하고 있었죠.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강제로 잡아가서 가족한테 알리지도 않고 그러면 그 안에서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겠군요.
◆ 김용원> 그렇습니다. 거기에 4000명 가까운 사람을 수용해 뒀는데 그걸 관리하는 조직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수용자들을 자체적으로 군대조직처럼 분대, 소대, 중대 이런 식으로 편성을 해서 분대장, 소대장, 중대장을 임명을 해서 통솔을 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무슨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충돌이 많이 발생하면 무조건 구타를 하는 식으로 운영했죠.
◇ 정관용> 그냥 마구잡이로 때리고? 죽어나간 사람도 많았겠네요?
◆ 김용원> 물론입니다. 제가 압수수색을 하러 내려간 것이 87년 1월 16일인데 1월 16일날 내려가서 현장을 본 거죠. 완전히 그냥 감금시설을 철저하게 해 뒀고요. 수용하는 동마다, 건물마다 안으로 잠그고 밖으로 잠그고 했고, 그다음에 병동이라는 것도 몇 개 있었는데 병동에는 이제 영양실조다, 폐결핵이다 이런 죽어가는 수용자들로 차 있었죠.
◇ 정관용> 모두 몇 명쯤 죽은 것 같습니까, 거기서?
◆ 김용원> 통계상으로 지금 나와 있는 것은 한 10년 사이에 500명 이상이 죽은 것으로 됐고요. 85년과 86년에 각각 90명 가까이씩 죽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 김용원> 그게 왜 지금 진상규명 요구가 나오는지를 제대로 이해를 해야 되는데. 당시에 저는 수사를 하면서 울주 작업장에 불려와서 강제노역을 하고 있던 수용자들 180명 정도는 조사를 실시를 했습니다. 그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그 안에 무지막지한 인권유린, 구타로 인한 사망 이런 것이 발생한 것을 확인을 했고.
그 나머지 형제복지원 그 자체는 부산에 있었는데 그 본원에 수용돼 있는 3000명이 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인권유린 실태, 강제노역 실태, 감금실태 이런 것을 자세하게 조사를 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조사를 하기 위해서 제가 울산지역의 경찰관들을 30명 정도를 선발해서 조사할 내용에 대해서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타자기를 하나씩 손에 들려가지고 형제복지원으로 보내고 나서 저는 이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 지역은 부산지검 관내고 울산 관내는 아니기 때문에요.
그런데 갔다가 아주 검사에게 된통 혼이 나고 욕설을 들었습니다. 미친놈 아니냐, 무슨 조사를 해 당장 철수시켜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조사를 못한 거죠. 그러니까 그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권유린 그 실상에 대해서 아무런 조사를 하지 못했던 상태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검사로서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겠군요.
◆ 김용원> 상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수준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상관이 조사를 불허하는 결정을 하고 관할 경찰서에서 사람을 저에게 보내서 철수시켜라 하면 꼼짝없이 그냥 끝나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 지시에 저항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 미진한 수사였지만 그때 김용원 당시 검사께서 형제복지원의 이사장 등등을 전부 다 그래도 기소해서 재판까지 가기는 갔었잖아요?
◆ 김용원> 그럼요. 원장을 포함해서 거기 임원진들을 몽땅 구속기소해서 1심에서는 그래도 상당한 형을 받았죠. 징역 10년에다가 벌금 6억 8000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뒤에 이제 재판이 점점 이상하게 진행되면서 나중에 결국 최종적으로 2년 6개월을 받았습니다.
◆ 김용원> 그걸 지금 재조사를 해야 된다고 요구하는 이유는 아주 명백합니다. 그 당시에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있었던 3000여 명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 형제복지원하고 유사한 시설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시설에서 정말로 참혹한 인권유린이 일어났고 그 인권유린은 단순히 민간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민간인의 잘못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고 내무부 훈령이라고 하는 국가법령. 지금 보면 명백하게 위헌적인 법령이죠. 내무부 훈령에 따라서 그 시설이 운영됐고 국가가 운영비를 전액 부담을 했고 또 국가가 감독을 하는 가운데서 빚어진 일이니까. 그것은 저희 간단하게 말하면 국가폭력인 겁니다. 그러니까 그 수많은 사람들, 수천 명, 수만 명 사람들이 국가폭력의 희생양인 거죠.
당시에 그 시설에 있으면서 병사를 했거나 맞아죽었거나 육체와 정신에 장애가 생긴 사람들이 부지기수예요. 저는 지금 궁금한 것이 우리 사회가 그래도 민주화된 사회라고 하고 우리가 지금 품위 있는 국가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피해에 대해서 왜 진상조사를 실시해서 국가배상이라든가 응분의 보상을 해 주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양심이 왜 그렇게 마비가 되어 있는 건지..
◇ 정관용> 이건 무슨 특별법 제정 이런 게 필요한 겁니까?
◆ 김용원> 반드시 필요하죠. 왜냐하면 손해배상 소멸시효도 완성이 되어버렸고요. 그다음에 관계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형사범죄도 공소시효가 진작에 만료됐기 때문에 지금은 특별법을 제정해서 진상조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국회에서 너무 이렇게 논의가 속도가 느린 것 같고.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에 대해서 자각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빨리 특별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좋은 문제제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용원> 고맙습니다.
◇ 정관용> 김용원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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