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50㎍/㎡) 수준이 예상되자 환경부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무료운행에 들어갔다. 시민들이 자가용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무료운행에 따른 비용부담이다. 서울시가 운송회사에 보전해줘야 할 금액은 약 50억 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15일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은 지난주 대비 3~4% 증가하는데 그쳤다. 서울시내 도로 교통량은 불과 0.3%에 그쳐 거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둘러싼 시민여론도 찬반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며 찬성하는 쪽과 효과도 없는데 시민혈세만 날리는 선심성 행정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팽하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촉발된 서울시와 경기도, 야당까지 가세한 정치인들의 찬반 논쟁은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보기에 볼썽사납다.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변수를 감안해 진영논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정치인들의 정치적 재료가 될 수는 없다. 미세먼지는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보았듯이 인간에게 실재적인 위협이다. 미세먼지를 가지고 정치적 술수를 꾸미거나 서로 진영다툼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 시민은 물론 온 국민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런 만큼 서울시는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앞서 예산의 효율적이고 균형 잡힌 집행을 고민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홍보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 시민 참여율이 저조해 대중교통 무료운행 이전이나 시행 때나 별 차이가 없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경기도 역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운행 비판이 자칫 정치적인 오해를 빚을 수 있는 만큼 경기도 주민들이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력하면서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행정에 나서야 한다.
1952년 12월 런던의 대기오염으로 시민 1만5000명이 순식간에 사망한 것은 당시 미세먼지에 대한 런던시의 대응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