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초 박모 씨는 조카가 척수 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전해 들었다.
스스로 혈액을 생성하지 못하는 병이라 수혈이 시급했지만 조카네는 형편이 힘들어 발만 동동 굴렀다.
이 때 박 씨는 지인의 소개로 대구 동구 평화시장에서 '새댁식육점'을 운영하는 이태원(53) 대표를 만났고 이 씨는 주저없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박 씨의 조카는 이 씨가 준 수십장의 헌혈증 덕에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그가 1년에 모으는 헌혈증만 300여장. 지금까지 기증한 헌혈증은 수 천장에 달한다.
이른바 '헌혈증 사랑나누기 운동' 그는 햇수로 10년째 헌혈증 봉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씨는 10년 전 어느날 TV를 보다가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듣고 헌혈증 봉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집에 묵혀둔 헌혈증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그는 헌혈증을 가져오는 정육점 손님에게 돼지고기 한 근을 나눠주기로 했다.
헌혈을 하자마자 부리나케 찾아오는 대학생부터 손자에게 받은 헌혈증을 손에 쥐고 오는 할머니까지, 나눔을 실천하고 고기를 받아가는 사람들이 1년에 수 백명에 이른다.
그는 이렇게 모은 헌혈증을 매년 동구자원봉사센터에 200장씩 보내고 있다.
또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 보호자들에게 헌혈증을 나눠주기도 한다.
사실 그 역시 아픈 유년시절을 보냈다.
궁핍한 가정 형편에 1년간 골수염을 앓았던 터라 생활이 빠듯한 환자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워낙 못 먹고 살아서 너무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납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때부터 '언젠가 집 한 칸만 마련하면 가진 것을 베풀고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헌혈증 사랑나누기 운동'은 그가 꿈꾸던 나눔을 실현시켜줬다.
연탄 나눔, 노숙자 무료 식사, 장애인 시설 봉사 등 다양한 곳에 온기를 전했다.
가족들도 못말리는 봉사 바이러스 감염자다.
그의 부인은 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아 기타 공연으로 재능 기부를 하고 맏딸은 대학에서 장애인복지(인간재활)를 전공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그의 선행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그는 '자랑스런 대구 시민상'을 수상했고 지난 2015년에는 '자랑스런 동구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주변의 칭찬에 그는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상은 덤으로 받는 것일 뿐 상을 받기 위해 하는 일도 아니다. 봉사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이 씨는 정육점 문을 닫을 때까지 '헌혈증 사랑나누기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이웃을 사랑하는 봉사 정신이 조금 더 널리 알려지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이 씨는 "내가 가진 걸 조금만 내어 놓으면 우리는 모두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봉사 바이러스가 전파돼 봉사를 즐기는 이들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