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국면의 시작이 될 북한 예술단의 공연인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고, 이로 인해 공연을 치를 공연장의 홍보 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현재 북한 예술단의 공연지를 서울과 강릉으로 확정한 상황이다. 강릉은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다.
지난달 15일 개관한 강릉아트센터는 성공적인 문화올림픽 개최를 비롯해 강원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복합문화예술공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했다.
공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이우성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북측은)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개막날(2/9) 전후에 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강릉아트센터에는 이미 확정된 공연 일정이 있다. 하지만, 삼지연 관현악단이 공연할 공연장으로 결정되면, 기존 프로그램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맞추겠다는 게 강릉아트센터 측의 입장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은 이미 대관이 완료된 상태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뮤지컬 ‘캣츠’(1/28~2/18)가, 예술의전당에서는 2월 중 하루를 제외하고 공연이 예정됐다.
하지만 롯데콘서트홀은 특성상 무용단이 서기에 적합하지 않다. 전날 실무 접촉 테이블에 앉은 정치용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삼지연 관현악단은 오케스트라는 80명, 노래와 춤 담당 등을 합쳐 140명 규모”라고 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무용단이 입·퇴장하고 대기할 백스테이지(Backstage)가 넓지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요청이 들어온다면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단 백스테이지가 국내에서 가장 넓다. 무용단을 포함해 140명이 대기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다. 무대 역시 무용단이 서기에 적합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관현악 무대 외에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삼지연 관현악단에 무용단이 함께 온다면, 여러 퍼포먼스를 하기에 좋다.
여기에 한 공연 관계자는 "광화문이라는 지역적 접근성 또한 뛰어나고, 광화문이 갖는 상징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평했다.
반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무용 무대를 선보이기에는 맞지 않다. 주로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움직임이 극히 적은 오페라 갈라콘서트 정도가 이루어진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무대 위에 관현악단이 배치되면 무용단이 움직일 공간이 부족해지고, 동선이 횡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객석 규모가 3300석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북측은 삼지연 관현악단 외에도 고위급대표단·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응원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기자단 등 400~500명이 방문할 계획이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들이 공연을 관람한다고 가정하면, 북측 인원 외에 남측과 해외 고위급 인사 및 언론까지 포함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공연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세종문화회관 만큼 적합한 장소가 없다.
세종문화회관 측도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있어서인지, 정부 측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것을 가정하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두는 모양새다.
이승엽 사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신년 간담회에서 “북한 예술단과 관련해 중앙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은 공연인 만큼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조만간 사전 점검단을 남한에 파견해 공연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