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평창 그리고 벤쿠버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남북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남북은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확정짓고,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을 통해 140여명의 북한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각각 공연을 갖는데 합의했다.

특별히 예술단 공연을 두고 북측이 체제선전용 공연을 고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큰 이견이나 갈등없이 쉽게쉽게 넘기는 모습이다.

남북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평창에 오는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않고 이미 참가 결정을 내렸기때문에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할 핵심 내용들은 군사회담과 추후 고위급 회담 등으로 미루고 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접촉은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통일부 고위관계자도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접촉은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고 복잡하지 않기때문에 굳이 차관급이 나서서 논의할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남북관계는 평창 올림픽 선수단 구성 등에 대한 실무 협상을 마무리 짓고 군사당국자 협상에 임할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소게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군사회담에서도 선수단이나 예술단 통행 문제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며 "그러나 평창 올림픽 문제가 모두 끝나면 북측은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정치문제를 본격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평창 이후 벌어질 군사훈련 연기가 단순한 연기인지, 아니면 중간단계의 것인지를 끊임없이 따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고 있는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20개국 외교장관 회의'도 주목을 받는다.

이번 회의는 대북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회의로 남북대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회의이다.

남북대화가 전혀 없던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가 중심이 돼 북한에 대한 '제제와 압박'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준비가 됐다.

하지만 신년 초부터 남북대화가 열리면서 '상황 변화' 여지가 생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측은 이번 회의를 준비할때부터 '제제와 압박'만 얘기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이제는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그 부분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내일과 모레 벤쿠버 현지에서 틸러슨 미국 장관과 양자, 다자회담을 연달아 갖는다.

이에따라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첫 반응이 주목될 수 밖에 없다.

외교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이 20개국 외교장관이 모인 가운데 의중이 실린 반응을 나타내면 남북대화가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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