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아쇠 당겼나?

1987 흥행 속 박종철 열사 31주기에 맞춘 조국수석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

- 권력의 요구에 충실했던 검찰, 본래 존재 이유로 돌아가야
- 경찰의 비대화? 경찰 권한 분산에도 고민 담아
- 국민의당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합의이혼 가능성 높아

■ 방송 :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 FM 98.1 (06:05~07: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CBS 보도국 안성용 정치부장

◇ 박재홍 : '안성용부장의 정치기상도 시간' CBS 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입니다. 어서오세요. 어제 청와대에서 검찰,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의 구체적인 개혁안 내용을 발표했군요?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어제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은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발표를 했습니다. 큰 틀에서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게 되고,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받아서 대공수사처로 운영하게 됩니다.

검찰은 그동안 기소독점권을 행사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형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갖고 권력의 요구에 충실했었는데 검찰의 존재 이유 그 자체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게 검찰 개혁안의 핵심입니다. 검찰은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라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동안 경찰에 안주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해 왔던 수사권은 경제·금융 등의 특별수사나 경찰에 대한 2차적, 보완적 수사권만을 갖게 됩니다.

반면 개혁안을 보면 경찰은 수사권의 상당 부분을 행사하게 되고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도 받게 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경찰만 좋게 생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경찰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로 구분하고 다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다시 분리가 됩니다. 이처럼 경찰의 비대화와 권력화는 칸막이를 쳐서 서로를 넘볼 수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 박재홍 : 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어제 발표는 의외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왜 어제 개혁안을 발표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 1987 포스터
◆ 안성용 : 요새 영화 '1987'이 상당히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발표 당시에 얘기했습니다만, 영화 '1987'에는 검찰, 경찰, 국정원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정권 보위를 위해 충성하는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요. 마침 어제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권력기관 개혁안은 그동안 학계와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의돼 왔던 것을 종합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영화 '1987' 흥행과 박종철 열사 31주기가 개혁안 발표 시기와 관련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 말씀하신대로 어제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은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발표했는데 발표 내용 잠간 들어봅니다.

△ 조국 민정수석
"헌법 제1조의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관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하면서도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고자 합니다."

"이제부터 국회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역사에서 국회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기틀을 바로잡은 때로 기록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 박재홍 : 권력기관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 공약 사항이기도 한데 조국수석이 어제 발표한 것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개혁안입니다. 현실화 되기위해서는 국회 등 여러 가지 넘어야할 난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이제 국회의시간이라고 밝힌 조국 수석의 말처럼 개혁안의 실현시기를 언제라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어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많이 제출된 상태구요. 그러나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럴싸한 개혁안이고, 촛불민심을 반영한 개혁안이라고 해도 실제 법으로 통과돼야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만, 야당 특히 한국당의 반대가 강해서 된다 안된다를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 박재홍 : 일단 청와대의 개혁안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근거는 뭔가요?

◆ 안성용 : 권력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겁니다. 예를 들어 대공수사권은 체제유지와 직결된 만큼 국정원이 계속 수행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 된다는 입장이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제2의 검찰이나 옥상옥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약간은 열린 자세였는데 수사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수사청이라고 하면 수사경찰을 별도의 독립청으로 분리한다는 것인데 청와대 발표안과는 다르지만 그나마 대화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 박재홍 :오늘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 두번째 회의가 열리는데, 여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도록 하지요. 그건 그렇고 요새 국민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게 바로 가상화폐, 비트코인 문제입니다. 좀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도 한데 이 논란의 본질을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진=자료사진)
◆ 안성용 :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한 유형인 비트코인은 몇 년 전만 해도 1개당 1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비트코인에 2만3천달러까지 치솟핬고, 가격 등락도 아주 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증권거래소같은 제도화된 거래소도 없구요, 사설 거래소에서 거래되면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인식돼서 너도 나도 달려들다 보니까 2천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2000년대 중반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경험한 정부가 더 이상 팔짱기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 박재홍 : 정부가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규제하거나 개입할 수는 있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 같군요?

◆ 안성용 : 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맞장구를 치고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등 난리가 났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순식간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동감을 표했고, "음주운전도 위험하니 금주령을 내려라"는 등의 인상깊은 답글도 올라왔습니다.

◇ 박재홍 :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혼란도 많은 상황인 것이죠. 한편, 유시민 전 장관과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가상화폐, 블록체인 문제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혀서 더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

◆ 안성용 : 두 사람은 인기를 끌었던 tvN '알쓸신잡'에 함께 출연을 하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형 글로벌 버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지금 장난을 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다. 여기에 전 세계 사기꾼이 다 모여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록체인의 산업적 측면에 대해서는 "죄송한데 그런 주장들(산업진흥)은 다 사기라고 본다. 그냥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로 나타난 수많은 이상한 장난감 갖고 사람들이 도박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 그렇군요. 반대로, 정재승 교수는 좀 다른 결로 주장을 하고 있죠?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유시민 선생님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암호화폐 과열과 광풍에 대해 모두 크게 우려하고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며 "더 중요한 건 국민 피해뿐 아니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향후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섬세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두 사람의 방점이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논쟁이라면 논쟁이고 신경전이라면 신경전인 이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페를 악으로 규정하고 틀어막기 보다는 거래를 투명화하는 등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유시민 전 장관이 말했던 것처럼 이 열풍이 17세기 튤립 투기처럼 투기화 돼서는 안된다는 것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시대, AI 시대에는 기존의 사고의 틀로는 안된다는 것 또한 비트코인 논란에서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촉발된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장정숙 의원이 모두발언하는 안철수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박재홍 : 정치권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면 지난주에 국민의당 당무위원회가 아수라장이 됐죠?

◆ 안성용 :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의결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일정과 안건 등을 잡기 위한 당무위원회가 하루 전에 공고가 돼서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열렸습니다. 여기서 2월 4일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고성과 막말 몸싸움이 오가는 등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통합반대파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인데 다음달 4일 전당대회는 더 난장판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 그런데 이와중에 합의이혼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아서 주목이 되긴 합니다. 정당 내 갈등도 합의이혼이 가능합니까?

◆ 안성용 : 통합반대파들이 결사 반대하니까 그러면 쿨하게 갈라서자는 게 합의이혼인데, 여기서 핵심은 13명의 비례대표 가운데 통합반대쪽에 남을 의원들을 보내주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 대표는 비례대표들을 출당하는 형식으로 반대파에 보내주는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지난 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몇번 만나면서 합의이혼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의당 39명 가운데 찬성파가 당연이 많을 것이다, 압도적이라고 보는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당원투표에 반대하는 의원이 18명이었고, 관망하거나 중도파 의원들이 반대파에 붙으면 통합반대파들이 만들겠다는 이른바 개혁신당이 원내교섭단체에 필요한 20명을 가뿐히 넘길 수도 있습니다. 안대표로서는 이런 상황이 된다면 비례대표들을 보내주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박재홍 :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유승민의 아바타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는데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이미 신당창당을 선언한 상황인데 국민의당 분당은 상수인 것이고 어떤 이혼이 될 것인가 이 부분만 남은 것이군요?

◆ 안성용 : 그렇습니다. 통합 반대파는 안철수 대표가 당과 국민, 역사를 배신했다며 신당 창당 추진위 구성 등 개혁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국민들은 과거의 안철수를 원한 것이지 현재의 안철수는 버렸다고 말하고 있고요, 강성 반대파인 유성엽 의원도 안철수 대표는 그냥 조용히 사라지라는 말로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 박재홍 : 요즘 한국당 상황은 어떻습니까?

◆ 안성용 : 한국당은 지난 연말까지 친홍체제 구축이 완료됐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전국을 돌면서 신년인사회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대구 경북 경남을 한데 이어 오늘은 부산과 울산에서 신년하례회를 갖고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 대표의 대구북을 지역위원장 신청을 놓고 말이 많았습니다. 편하게 정치하려한다는 게 요지인데, 홍 대표는 마지막 정치를 대구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가 비판론이 커지자 21대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앞뒤가 좀 안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대구 북을에 지역위원장 신청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박재홍 :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도 출범을 했어요.

◆ 안성용 : 바른정당 갔다가 복귀한 3선의 김용태 의원이 위원장이고 8명으로 이뤄졌습니다. 여성 청년이 각각 50%씩으로 구성됐습니다. 혁신위는 국가개혁분과, 사회개혁분과, 보수개혁분과의 3개 분과로 운영되고 오늘 첫회의를 갖습니다.

◇ 박재홍 : 네. 이번 주 정치기상도 관전 포인트 짚으면서 마무리합니다.

◆ 안성용 : 오늘 이 시간에 앞서 많이 소개를 못드렸습니다만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이를 위한 실무회담이 이번주에 몇차례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오늘 오전 10시에 북측 통일각에서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회담이 열립니다.

검찰의 다스 수사는 점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정호영 특검이 120억원 비자금은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기자회견을 어제 했는데. 제대로 수사를 안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국정원 특활비도 MB를 겨누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비서관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국정원에서 특활비 4억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다스와 특활비 수사 이번주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박재홍 : '안성용 부장의 정치기상도'시간. CBS 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