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연출 '거인의 패스'에 흥 넘친 올스타전

최준용이 14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쿼터가 끝나고 선수들과 관중이 하나 되어 연출한 몰래카메라에 속고 있다 (사진 제공=KBL)

요즘 프로농구 코트에는 개그 감각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올스타전 무대에 섰다. 올스타전은 승부의 무게를 내려놓고 여유있게 플레이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편견이 있다.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그들이 나섰다.

14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팬 투표 1위 오세근이 직접 드래프트한 매직 팀은 2쿼터 오세근을 비롯해 이종현, 최준용 등 신장 2미터가 넘는 선수들을 한꺼번에 코트에 투입했다.


이정현이 단장을 맡은 드림 팀에는 김시래, 양동근, 두경민 등 비교적 신장이 작은 가드들이 코트를 밟았다. 신장 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오세근 매직 팀이 이정현 드림 팀을 상대로 짓궂은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최준용이 시작했다. 상대 가드를 앞에 두고 공을 든 손을 하늘 위로 높게 뻗었다. 최준용의 공식 신장은 200cm. 그보다 20cm 정도 작은 드림 팀 가드들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공이 닿지 않았다.

최준용 곁에 이종현이 다가왔다. 이종현은 팔을 뻗어 최준용에게서 공을 건네받았다. 오세근도 합류했다. 하늘 위에서 오고가는 패스에 드림 팀 가드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드림 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시래가 최준용을 상대로 골밑 포스트업을 시도해 득점을 올렸다. 몸싸움이 다소 과격했지만 올스타전이라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그러자 최준용이 다시 '거인의 패스' 작전을 시도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장신 선수들의 패스와 아등바등 하는 단신 가드들의 모습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멋진 장면도 자주 나왔다. 전반에는 디온테 버튼이 하일라이트 필름을 연출했다. 유로스텝에 이어 호쾌한 덩크를 터트렸고 이정현이 다소 높게 띄운 패스를 공중에서 낚아채 원핸드 앨리웁으로 연결시키는 등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후반에는 올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김주성이 올스타전에서 잊지 못할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김태술의 정확한 패스를 받아 화려한 앨리웁 덩크를 터트렸다.

매직 팀의 최준용이 호쾌한 앨리웁 덩크를 터트리자 드림 팀의 양동근이 장난을 걸었다. 자신을 막는 최준용의 얼굴에 살짝 공을 던졌다가 다시 잡는, 길거리 농구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을 연출해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그러자 최준용은 테크니컬 파울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항의했다. 그 모습을 본 팬들은 또 웃었다.

오세근 매직 팀의 오세근이 '왕좌의 게임' 이벤트에서 앉아서 외곽슛을 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최준용, 이종현이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KBL)


전반적으로 유쾌했다. 어차피 진검승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무대. 게다가 레전드 김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이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개그 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경기는 드림 팀의 117-104 승리로 끝났다. 올스타들은 경기력에 최선을 다할 수 없었지만 스스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더 나아가 팬들과 그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특히 최준용의 역할이 컸다. 자신의 개그 감각을 마음껏 뽐냈다. 어떤 상황극도 받아들였다. 3쿼터가 끝나고 진행된 몰래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최준용은 복면을 쓰고 하프라인 슛을 던졌다. 슛이 실패해도 마치 들어간 것처럼 리액션을 해달라는 공지가 전광판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됐다. 슛은 당연히 실패했지만 장내는 축제 분위기.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최준용은 장난기 가득한 리액션으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최준용은 마치 올스타전을 위해 존재하는 선수 같았다. 물론, 농구를 잘하니까 이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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