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수사권 조정 문제와도 미묘하게 맞물리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울산의 한 냉동창고에서 27톤의 고래고기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이 고기가 검경 갈등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불법 포획 고래라고 판단한 경찰이 고기를 모두 압수하고, 유통업자들을 검거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런데 한달 뒤 울산지검이 이 가운데 21톤은 “불법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통업자들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지난해 9월 고래고기 환부 조치를 내린 울산지검을 고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핫핑크돌핀스의 고발장이 접수되자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거나 제한되고,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지난해 말 돌연 해외연수를 떠나자 검찰의 ‘수사 무력화’와 ‘제 식구 감싸기’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4개월여 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검찰도 경찰의 공세가 점차 거세지자 역공에 나섰다.
울산지검은 최근 '참고자료'라는 이름의 해명자료를 내고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은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하게 규명하기 바란다"며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사건기록 열람과 등사(원본에서 베껴 옮김) 신청을 허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기록을 제공했다"며 "경찰이 신청한 20건의 영장 중 15건을 청구하는 등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경찰이 제기했던 "검찰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지난달 국외 훈련을 떠난 것과 관련해서는 "담당 검사의 국외 훈련은 1년 전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라며 "경찰이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질의서를 전달했지만 검찰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담당검사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식입장이 발표되자 경찰도 즉각 반박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해명자료를 내고 "검찰과 법원이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했다면 이 사건은 벌써 종결됐을 것"이라며 "검찰이 경찰 수사에 일부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본질을 규명하기에는 미흡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찰에 사건 기록 열람·등사 요청을 수차례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사유를 소명해달라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며 "검찰과 법원이 계좌·통신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기각하거나 제한해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해당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양 기관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