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흑산은 2015년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 군인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팀을 이탈해 한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
당시 그는 카메룬 군대에서 복싱 선수로 활약했지만 생계를 보장받지 못했고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노예처럼 살았어요. 그 곳에는 자유가 없었어요.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나 2016년 10월 1차 난민 신청은 탈락했다. 군대에서 박해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난민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만 7542명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은 98명으로 난민인정률이 1.8%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37%)에 한참 못 미친다.
BBC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저조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대다수의 난민 신청 외국인을 경제 이민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흑산은 "1차 난만 신청에서 탈락한 뒤 카메룬으로 강제 추방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만약 송환됐다면 가족도 모르게 사형당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흑산은 지난해 7월 2차 난민 신청에서 인권변호사의 도움으로 난민 지위를 얻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감사한 건 안전하다는 점이에요. 꿈이요? 좋은 인생을 사는 거예요. 좋은 여성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좋은 직업 갖고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흑산은 고향을 떠나 온 난민으로서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아주 먼 곳에 저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더 절박한 이유로 다른 나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는 건 매우 고통스러워요. 전 세계가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길 바랍니다."
이흑산은 지난해 5월 복싱 매니지먼트 코리아 슈퍼웰터급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트렁크를 입고 웰터급 경기에 나서 바바 가즈히로(일본)에 3라운드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스스로 "카메룬-코리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