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리얼] 산티아고 순례길서 대안 결혼식 올린 부부, 그 이후

"우리 힘으로 결혼은 했지만, 결혼생활은 실전이더라"

낯선 하객들이 잔뜩 몰려들어 돈 봉투를 건네고 식권을 받아 간다. 신랑과 가장 친하다는 '남자 사람' 친구가 사회를 맡고, 생전 처음 보는 노교수가 부부의 앞날을 축복한다. 관객이 된 하객들은 박수만 치면 그뿐이다. 부부에게 가장 뜻깊은 날이 더없이 무의미한 허례허식으로 끝나는 날. 흔한 결혼식 풍경이다.


이혜민·정현우 씨는 뻔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둘만의 방식으로 결혼이라는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30분이면 끝나는 결혼식 대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택했다. 42일간 자그마치 900㎞의 길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걸었다. 여행의 기록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라는 이름의 책을 만들었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최근 '백구부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둘만의 대안 결혼식이 끝난 뒤 부부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결혼식이 하나의 큰 산을 넘는 과정이었다면, 결혼생활은 등락을 반복하는 언덕 같았다. 목전에 닥친 생계뿐 아니라 집 구하기, 임신 여부 결정, 가족과의 관계 설정 등 고민거리는 지천에 널려 있었다. 결혼식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놓고 그저 남들 보기에 괜찮은 방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백구부부는 결혼 이후 쌓인 고민을 한 번 더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다. 첫 번째 주제는 각자의 방법으로 결혼생활의 숙제를 해결하고 있는 ‘요즘 부부'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동해 바닷가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 부부, 동거를 하다가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는 부부, 평등 육아를 실천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는 맞벌이 부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백구부부는 인터뷰를 하며 얻은 삶의 힌트들을 모아 10분 안팎의 영상을 만들고 있다. 올해 안에 다시 책으로 엮어 독자들과 나눌 계획이라는데, 그들의 당찬 포부를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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