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12일 오전 10시30분 박승춘(71) 전 국가보훈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 전 처장은 '국정원 여론조작 공모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인정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 지원에 잘못된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엔 "국정원이 금전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라 국정원이 제작을 다 했고 우리는 지시대로 배포처만 알려줬다"며 책임소지를 국정원에 넘겼다.
다만, 박 전 처장이 2010년 회장으로 있던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가 국정원이 설립해 운영한 단체였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미 다 공개됐고, 동의여부를 떠나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은 2011년 보훈처장으로 임명돼 '우편향' 논란을 빚는 안보교육용 DVD(호국보훈교육자료집) 1000세트를 당시 국정원 지원으로 제작·배포해 정치중립 위반 의혹을 샀다.
그러나 박 전 처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아닌 익명의 기부·협찬으로 해당 DVD를 만들었다고 발언해 위증 혐의를 사게 됐다.
이에 박 전 처장은 "국정원에서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해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날 검찰에 출석하는 자리에서 해명했다.
그는 2010년엔 예비역 장성을 주축으로 조직한 국발협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역시 국민을 상대로 활발한 안보교육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순수 민간단체로 알려졌던 국발협이 실제는 당시 원세훈(67) 원장 시절 국정원 예산 약 63억원으로 만들어진 사실상 국정원 외곽(민간) 단체였음이 최근 국정원 개혁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박 전 처장이 벌인 안보교육이 불법 정치관여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그를 상대로 국정원과의 협조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박 전 처장은 합참 정보참모본부장, 한나라당 국제위 부위원장을 거쳐 이명박정권 때부터 무려 6년 3개월간 재임한 역대 최장수 보훈처장이다. 그는 재임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식 제창 불허를 고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