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장관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투자자들 '패닉셀' 이어져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비트코인 등 전체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0% 가량 가격이 빠졌다. 빗썸에 상장된 12개의 가상화폐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까지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내놓은 규제가 약발이 통하지 않았던 반면, 거래소 폐쇄 언급은 시장을 강타한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까지 시장이 정부의 규제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 즉 호재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스크를 무릅쓰고 시장에 들어오려던 투기 자본도 이제 동이 났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상화폐 폭락' 등이 오르내렸고, 가상화폐 커뮤니티에는 투자자들이 거래소 폐쇄 가능성과 향후 투자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특히 투자자들은 "국민의 재산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문제인데 정부가 독단적으로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는 것이냐"며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방침에 반발했다.
법무부의 강경 방침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부처간 조율된 말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날 저녁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다.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정부 혼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 업계 "거래소 폐쇄 특별법 입법 순탄치 않을 것" 전망
업계는 정부의 규제에 강력 반발하면서 거래소 폐쇄 특별법에 대한 입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규제를 요청했는데, 오늘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침은 여기에 투자하는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셈이어서 우려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일본은 블록체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는데 우리는 '쇄국 정책'을 펼쳐 구한말로 퇴행한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업계는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유사수신법도 받아들이지 않은 국회가 보다 강력한 규제 법안인 거래소 폐쇄 법안에 대해 찬성할리 없다는 추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회원사로 가입된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국회에 지속적으로 거래소 인가에 대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곧 지방선거도 다가오는 시점에서 국회가 법무부의 강경 방침이 담긴 법안을 수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정치인들 일부가 자신의 SNS에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한 반대 글을 올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이것만이 답일까? 아닌듯한데"라면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는 글을 올렸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가상화폐 과열 맞다. 그래서 규제하는 것은 반대 안한다"면서도 "그런데 이 정부는 규제가 아니라 범죄로 단죄하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4차 산업혁명 깃발을 들고 왼손으로는 4차 산업혁명 투자자들을 범죄로 만들고 잇다"고 주장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거래소의 폐쇄 여부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합법적 틀 내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로 거래소 폐쇄를 선택했을 때 그것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하면 되고 승복하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빗썸 등 3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불법 행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는데, 코인원이 마진거래를 하면서 그 주장이 거짓말이란게 들통이 났다"면서 "마진거래 뿐 아니라 탈세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중대한 불법 행위까지 나온다면 거래소를 폐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빗썸 관계자는 "정부 측 발표에 대해서도 혼선이 있는 등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의 규제에 대해 거래소의 입장을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