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12일 오전 10시30분 박승춘(71) 전 국가보훈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이 벌인 안보교육이 불법 정치관여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그를 상대로 국정원과의 협조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박 전 처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보훈처장으로 임명돼 '우편향' 논란을 빚는 안보교육용 DVD(호국보훈교육자료집) 1000세트를 제작, 보훈단체 등에 배포해 정치중립 위반 의혹을 샀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DVD는 원세훈(67) 원장 시절 국정원이 직접 지원해 제작됐다. 이에 박 전 처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익명의 기부·협찬으로 해당 DVD를 만들었다고 발언해 위증 혐의도 받는다.
박 전 처장은 2012년 국회에 출석해서는 익명의 기부자를 DVD 자금출처로 주장하다, 2013년 "관련 예산이 국정원에서 나온 것이지 않느냐"는 당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르자 "답할 수 없다"고 모르쇠 전술로 일관한 바 있다.
박 전 처장은 이보다 앞선 2010년 예비역 장성을 주축으로 조직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역시 국민을 상대로 활발한 안보교육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순수 민간단체로 알려졌던 국발협이 실제는 원 전 원장 당시 국정원 예산으로 만들어진 조직임이 최근 국정원 개혁위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국정원은 국발협이 청산되는 2014년 초까지 자체 예산 63억여원을 들여 국발협을 외곽(민간) 단체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발협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강사료 등 모든 경비는 국정원 예산에서 나왔다.
박 전 처장은 이외에도 재임 시절 당시 직무유기 등 혐의로 보훈처로부터 수사 의뢰돼 최근 서울북부지검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합참 정보참모본부장, 한나라당 국제위 부위원장을 거친 박 전 처장은 지난해 박근혜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무려 6년3개월 재임한 역대 최장수 보훈처장이다. 재임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식 제창 불허를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