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왜 50대 가장은 가슴에 스스로 칼을 꽂았나 ② 가난한 이웃, 재개발 이익의 '합법적' 제물 ③ 보상단계부터 서민 재산'만' 약탈하는 법부터 고쳐야 |
하지만 주거권은 물론 재산권까지 침해당하는 이들 편에 법과 제도는 물론, 경찰 집행력 모두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철거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없는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말이다. 당장 강제철거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되는 '행정대집행법'은 군부독재시절인 1954년 제정된 이래 주요 내용이 변한 게 없다.
◇ 동절기 강제집행 금지 '경찰부터 인정하지 않는 법'
영하의 날씨 따윈 아랑곳 않는 동절기 강제집행이 대표적이다. 전국개발지역대책연대 심영길 대표는 "강제철거는 금지돼도 실제 철거민을 내쫓는 명도집행은 막을 수 없다"면서 "결국 겨울에 길거리에 내쫓겨야 하는 사람은 얼어 죽으라는 거니까 다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겨울철 강제퇴거는 반인권적이라는 이유로 금지하도록 권고돼 왔다. 문제는 말 그대로 이 방침이 '권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신도시를 만들 때 적용되는 도시개발법 외 현행법 어디에도 동절기 강제집행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찾을 수가 없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신희철 사무국장은 "경찰에게 동절기 강제집행은 도정법 상 불법이 아니냐며 경찰은 왜 보고만 있냐고 항의했더니, '벌칙 조항은 없다'고 답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순한 방관자 이상이기도 하다. 철거용역이 원주민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을 눈감아주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아예 용역들이 할 일을 나서서 하는 경우도 있다.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이었다고 비판받는 용산참사의 경우, 용역이 철거민에게 물대포를 쏘고 경찰은 방패로 그 용역들을 막아줘 논란이 됐다.
◇ '있는 법'조차 현장에선 약자를 위해 집행되지 않아
당장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개발 현장을 보면, 철거에 동원된 경비용역들이 경비업법이 정한 업무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해도 경찰은 개입하지 않는다.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과 쌍방폭행이 어느 정도 있을 경우에야, 주민과 함께 입건하는 것은 양호하고 주민의 폭력이 발생하자마자 이들만 그 자리에서 체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개발 과정에서의 이런 사정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고, 용산참사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일어나자 같은 해였던 2009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강제철거에서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향'을 내놓기도 했다.
◇ "'한 줌' 원주민 편을 들어줄 세력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2018년 1월, 용산 참사가 9주년이 되가는 지금까지 바뀐 것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상당기간'의 이행기간을 정해 미리 알리는 것과 해가 뜨기 전후 집행할 수 없다는 정도가 전부다. 잠긴 문과 기구 등을 여는 과정에서 집행관이 자의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기까지 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원주민들의 주거권은 파괴되지만, 거대 자본이 들어오는 걸 반기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구청, 상권이 들어오면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이웃들까지 '한 줌'에 불과한 원주민들의 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철거민들의 피울음이 거리를 적시는 이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