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급기밀'을 연출한 홍기선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인 지난 2016년 12월 15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홍 감독의 유작이 된 '1급기밀'은 그가 8년간 준비해 온 작품이다. 지난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1급기밀' 시나리오를 작업했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기획·제작에 나섰다.
알다시피 이 영화가 기획·제작된 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이와 관련해 영화계는 "다수의 방산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 방산비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평한다.
그 시절, 이 영화의 제작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촬영에 들어갔다. 그렇게 박근혜 정부 시절에 촬영을 마쳤고, 홍 감독의 뜻을 이어받아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무리한 뒤 개봉하는 것이다.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 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에게 어느 날 공군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 대위가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익이 부품구매 서류를 확인하던 중 유독 미국의 에어스타 부품만이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런데 내부고발을 한 강영우 대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한다. 이를 조종사 과실로 만들어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을 지켜본 대익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은밀한 뒷조사 끝에 차세대 전투기 도입과 관련해 미 펜타곤과 국방부 사이에 진행되는 모종의 계약을 접한다.
결국 대익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 기자 김정숙(김옥빈)과 손잡고, 군복 뒤에 숨어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방산비리의 만행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9.5점을 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
시사회 등을 통해 영화를 미리 접한 한 관객은 "내가 모르는 사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러한 비리를 폭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막연했던 사건이 가까이 와닿는 느낌이었다" "과연 내가 이 영화를 안 봤으면 이런 걸 알았을까.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지루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 등의 호평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