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방식의 연두 기자 회견을 했다. 백악관처럼 사전 원고 없이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을 지명해 질의응답을 한 것이다.
대변인이 질문할 기자를 호명하거나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내용까지 사전에 짜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그렇지만 청와대 기자들의 질문이 수준이하였거나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청와대 기자들 질문 왜 논란이 될까?>라는 주제로 알아보고자 한다.
= 그건 확실하게 바뀌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의 연두 기자회견은 대변인이 질문기자를 호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대변인은 기자들의 성향을 뻔히 알고 있다. 심지어 사전에 질문내용까지 조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다. 전체 질문기자가 17명이었고 질문내용도 중복이 많았다. 지방언론이 6차례 질문을 했는데 외신기자 3차례를 제외하면 절반에 가까운 질문기회였다.
확실히 생동감이 있었고 긴장감도 있었다.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동원해 질문기회를 따내기도 했고 또 다른 언론사 기자는 튀는 색상의 옷 덕을 보기도 했다.
다만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기자들이 질문할 권리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질문해야할 의무를 충실히 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그렇다. 전반적으로 이전 정권보다 소통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들어야 할 얘기를 질문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결국 기자들이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문제나 심각한 가계부채 대책, 이런 건 아마 문재인 대통령도 답변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질문이 없었다.
또 적폐청산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관련 질문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질문이 있어야 하는데 엉뚱한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 조선비즈 박정엽 기자는 아직도 주요검색어가 되고 있던데?
=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는 "최근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댓글들에 굉장히 많은,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지지자 분들께서 보내시는 격한 표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그리고 격한 표현이 있다면 지지자 분들께 어떻게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야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질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 언론인 분들께서는 기사에 대해서 독자들의 의견을 과거부터 받으실 텐데요, 지금처럼 그렇게 활발하게 많은 댓글을 받거나 하는 것이 조금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우리 제도 언론의 비판들뿐만 아니라 그런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문자를 통해서, 댓글을 통해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하고 비판을 받아왔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익숙해 있고, 저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여러 가지 트윗이나 그렇게 많이 당한 정치인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들의 그냥 의사표시다라고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는 기자 분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담담하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그렇게 예민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박정엽 기자는 자신이 질문하고 자신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기사까지 출고했다. 이 기사가 아직도 관심을 끌고 있다. 기자들이 정치인이나 정부, 대기업을 비판하는 만큼 기자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 꼭 질문해야할 내용을 어떻게 물어볼 수 있나? 사전에 조율해야 하는 거냐?
=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아쉬움을 나타냈다. 꼭 물아봐야 할 정책들이 있는데 관련 질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전 조율이라는 게 '짜고 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꼭 질문해야 할 질문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전조율을 기자들 내부에서만 하고 청와대와 짜지 않으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도 청와대와 기자들이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지만 꼭 질문해야 할 민감한 사안들은 질문했다. 그건 기자단에서 사전에 이런 분야는 꼭 질문해야 한다고 질문지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 질문자들 중 대통령이 난처해할 질문은 한겨레신문 기자의 UAE관련 질문으로 꼽는다.
한겨레신문 김보협 기자는 "이전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 중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협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질문 중에는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군사협력과 관련된 여러 건의 협정과 양해각서가 체결됐지만 그 중 공개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체결한 군사협정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과 양해각서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상대국인 UAE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 정부에서 양국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신중한 답변을 했다.
문 대통령은 "공개되지 않은 협정과 양해각서 속에 흠결이 있다면 앞으로 시간을 두고 수정·보완해 나가겠다"며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 권 기자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
=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이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난처해 할 질문을 했을 것이다.
10일 연두 기자회견 직후에 기자들의 질문 수준을 비판하거나 비꼬는 글들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기자들의 질문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신기자들과 비교하면서 국내 기자들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저에게 질문 기회가 왔다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송영무 국방장관과 관련된 질문이고 두 번째는 영화 '1987' 관람과 관련한 질문이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관련해서는 여러차례 헛발질을 했고 설화에 시달렸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구속적부심 석방을 '잘 된일'이라고도 했고 또 최근 UAE 관련해서도 여러 구설이 많다. 이런 국방장관과 계속 일을 할 생각이냐?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영화 '1987'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영화관람을 하는 건 별개로 하고 영화관람 중 눈물을 흘리는 대목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론에 공개한데 대해서 비판적으로 질문을 했을 것이다.
= 청와대로서는 홍보 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친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1987' 영화보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식상한 연출"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이 되도록 해야지 영화를 보는 장면을 사진찍는 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영화 안보고 그 장면 연출할려고 기획한 거 아닌가? 대통령도 홍보잘하고 포장을 잘해야 하지만 인위적인 연출은 금새 식상해진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다가 가야지 그렇게 연출해서는 순수성이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 되겠느냐?"고 말했다.
영화 안보고 사진찍는 그 자체가 연출이라고 본 것이다. 영화 1987은 주인공이 모두인 영화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의 중심에 설려고 하느냐는 그런 취지의 비판이었다.
▶ 대통령이 난처해할 질문이 꼭 훌륭한 질문은 아니지 않나?
= 대통령이 난처해할 질문이라고 표현한건 그게 사실은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재직 중 세번째 방한한 1998년 6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당시 미국기자들의 질문은 미국 정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르윈스키 스캔들'이었다.
한·미관계나 북미관계와 관련된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난처하고 곤혹스러웠지만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난처해할 질문이 뭘까? 물었더니 사적으로는 난처한 질문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책적으로는 난처한 질문들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2기 내각구성' 같은 두루뭉실한 질문이 아니라 예리하고 난처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줬지만 기자들이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한다는 비판, 기자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자들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지만 질문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