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민 개헌안 준비"…한국당 "反국민 개헌안"

문 대통령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약속…국회 합의 촉구"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공약임을 강조하며 국회 주도의 개헌 합의안을 촉구했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권력구조 개편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정부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후 개헌론'이 대두되고, 이에 따라 국회 논의 기한도 6월 말까지 연장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문제와 관련해선 여야의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언급과 맞물려 결국 정부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한국당은 국회 합의 시한을 지방선거 전으로 못 박아선 안 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시기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못 박은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약속했으며, 분리 실시할 경우 국민투표를 위해 120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뤄주길 촉구한다"며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가 '국민개헌안'이라는 표현을 쓴 건 한국당이 정부안을 '관제 개헌'이라고 표현하고, 국회 주도의 개헌을 '국민 개헌'이라고 규정한 데 대한 정면 대응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합의 시기의 마지노선도 제시했다. 그는 "국회의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에 합의가 돼서 3월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나,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안의 내용과 관련해선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최소분모를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분모 속에서 지방분권과 국민 기본권 확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앙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하나의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이 부분은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2월 말까지 지켜본 뒤 국회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권력구조 개편, 즉 대통령제 관련 내용은 제외하고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춘 정부안을 마련해 국회로 넘기겠다고 밝힌 셈이다.

정부안에서 제외 가능성이 거론된 권력구조 개편은 핵심 쟁점으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4년 중임제를,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야당은 이런 '협의 교착' 상태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실상 정부안을 추진해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했다. 그는 "국회는 여야 합의로 얼마 전 개헌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을 6개월 연장하고, 논의를 지속키로 합의했다"며 "이러한 국회 차원의 합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개헌 동시투표를 못 박은 건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안을 "반국민 개헌"이라고 표현하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국민개헌의 연내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이런 입장에는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왔을 때 반대표를 행사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反) 개헌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선거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라고 해석한 신 원내대변인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자당(自黨) 홍준표 후보도 공약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이제 와서 '선거 패키지 졸속 개헌'이라고 비판하며 시기 미루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쟁점에 대한 협의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는 개헌이 답"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문제 합의를 위한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정부안을 논하기 전에 국회의 개헌 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집권당인 민주당의 태도 전환을 촉구해야 마땅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대부분 제가 동의를 한다"며 "개헌 특위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간단한 입장을 마련해서 단일안을 통과시키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에서 개헌안이 넘어오면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달 개헌을 논의하는 특위 활동기한을 오는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한국당의 입장이 대폭 반영된 것이지만, 합의문에는 '2월 중 개헌안 마련을 위해 교섭단체 간 노력한다는 입장은 1월에 추가 협의한다'는 민주당의 입장도 일부 포함됐다. 새해 초부터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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