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이전 정부에서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그렇게 또 합의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일간 위안부 합의처럼 국가 이익 충돌때문에 절충적으로 '현실론'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UAE사태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무리 돈이 좋아도 누구와 전쟁상황에 들어가는 국가간 약속을 그렇게 손쉽게 던질 수 있는 건지 큰 충격을 던진다. 군파병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 동의도 없이 비밀리에 체결한 것은 반드시 국내법적으로 처벌해야 할 대상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변명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MB정부는 국제적 협정을 사기칠 의도로 맺었다는 것인지 이것 또한 아연실색할 일이다. 김태영씨는 지인들에게도 "(현 정부가)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여전히 강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직 고위 외교관은 "(김태영씨가) 우리가 파병할 것도 아니면서 자기 책임하에 비공개로 협정을 맺었다고 '의인'처럼 말하는데 기가 막힌 얘기이다. 우리는 북한 핵이 있어도 전쟁을 안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랍에서 전쟁할 이유가 없는 나라라며 그 발상이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돈 얼마에 근본없이 놀면 그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장사적 관점에서 우리가 그렇게 만만히 볼 국가가 아니다. MB가 건설현장에서 익힌 장삿술이라면 그들은 생존을 위해 장삿술을 터득했다.
UAE는 흔히 말하는 아랍 상인의 대표적 후예 국가이다. 모래사막이지만 석유만 많은 중동의 부족국가일 뿐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UAE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세력이 교차하는 한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모래바람 속에서 그들은 뛰어난 협상술을 터득하고 생존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장사기술을 익힌 사람들이다. 중동지역 외교관들에 따르면 그들은 후려치고 약점을 잡는 '협상술'이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평가한다.
노무현 정부때 우리 정부는 'T50 고등훈련기'를 UAE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UAE는 온갖 조건을 내밀며 우리의 애간장을 태웠다. 수년간 협상이 양국사이 오갔지만, T50 고등훈련기 첫 수출은 결국 2009년 MB정부때 좌절을 맞고 말았다.
그때 지식경제부 국장은 "그토록 공을 들였음에도 수주에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보니 체계적인 수출지원 전략이 미흡했다"고 말했지만, 당시 우리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UAE가 우리를 귀신처럼 데리고 놀았다"고 토로했다.
방한 한 칼둔 행정청장의 한-UAE간 항공노선 증설도 철저히 계산적이다. 아부다비나 두바이 노선을 증설하면 유럽을 운항하는 국적기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늘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적기 유럽노선은 150만원에서 2백만원이지만, UAE국적기를 이용하면 80에서 1백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하겠지만 국적기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대통령은 "돈이 국익"이라는 '개인관'과 '국가관'을 동일시 해선 안된다. 원전으로 50억달러를 번다면서 유사시 군대파견을 약속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장사치'의 관점이지 국가지도자의 관점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익과 안보적 이익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을 활용할 뿐이다.
만의 하나, UAE가 종파가 다른 이란과 유가 전쟁을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에 파병을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가 정당하다고 받아들일 것인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