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출전 역사상 한국의 사실상 모든 메달은 눈이 아닌 얼음 위에서 나왔다. 그중에서도 쇼트트랙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4년마다 돌아오는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에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덕에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 외에도 눈 위에서 열리는 다양한 종목으로 선수 저변이 확대되며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덕분에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설상 종목인 스노보드 등에서 메달 기대감이 커졌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넓어진 한국 동계스포츠의 범위에 여전히 포함되지 않는 ‘블루오션’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 에어리얼이다. 에어리얼은 스키를 신고 슬로프에 만들어진 도약대를 박차고 날아올라 착지하기 전까지 공중에서 다양한 동작을 연기하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기계체조의 도마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듣고, 실제로 기계체조 강국이 에어리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에어리얼 대표팀을 만들었다. 과거 여홍철과 양학선 등 한국 체조의 ‘간판’을 차례로 길러낸 조성동 감독과 체조선수를 위주로 구성했다.
이들 가운데 ‘홍일점’ 김경은(20)이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외로운 싸움에 나선다. 2016년 8월 기계체조에서 에어리얼로 전향한 탓에 약 1년 6개월의 짧은 경력이지만 체조선수 출신답게 빠른 적응으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종목인 탓에 국내에는 변변한 훈련장조차 없는 데다 스키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동작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김경은은 지난겨울 훈련 도중 발목을 심하게 다쳐 목표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 진출의 꿈은 포기해야 했다. 대신 이벤트 대회 당시 선보였던 동작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선보인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부족한 환경에도 묵묵히 꿈을 키우는 김경은 등 한국 에어리얼 1세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통해 조성동 감독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의 큰 희망을 확인했다.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영광스럽지만 그래도 지도하는 사람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조 감독은 “1979년 꼴찌였던 체조대표팀을 맡아 정상까지 이끌었던 경험처럼 에어리얼 역시 다음 올림픽을 목표로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체조는 한 종목에 기술만 100개가 넘는데 에어리얼은 훨씬 적다. 중학생 선수들을 발굴해 4, 5년 정도 준비하며 육성만 한다면 어느 종목보다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에어리얼의 밝은 가능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