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촬영 첫 시행, 법원 엄숙주의 깨지나

서울 남부지법 판사,법정 촬영 당위성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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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법원이 사실상 모든 재판을 언론에 공개하는 데 대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도 내심 재판 공개를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다른 법원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13년 만에 법정에 섰던 지난 6월.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대법정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재판 과정을 촬영하기란 불가능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정 내 촬영이나 녹음 등은 해당 재판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이건희 전 회장의 재판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사법 역사상 재판 과정 모두를 촬영하도록 허가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검과 변호인이 어떻게 공방을 벌였는 지,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했는 지를 직접 재판정에 나가 참관하지 못한 국민들은 알 길이 없었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섰다 법정에 선 허경영 씨의 재판 역시 국민적 관심이 높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예규에 따라 재판에 직접 참여한 사람만 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재판 과정이 낱낱이 촬영될 때 판사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은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남부지법, 법원의 엄숙주의 탈피

서울 남부지방법원이 법원의 이런 폐쇄적 관행을 깨겠다고 나섰다. 남부지법 윤성근 부장판사는 최근 ''''법정 내의 촬영 또는 방송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법원 내부 게시망에 올렸다.


논문의 골자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재판 전 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것.

윤 부장판사는 ''''미성년 성폭행 사건과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장의 적절한 지휘 하에 재판 과정에 대한 촬영이나 방송을 포함해 재판 공개가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적으로 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협회의 ''''법정촬영 특별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예로 들며 ''''이 협회가 2년간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법정이 촬영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자유를 보장하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장판사는 ''''법정 촬영은 어디까지나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판을 접해 본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며 ''''재판 과정이 생방송으로 전달될 필요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정 촬영의 단점은 극복해야''''

윤성근 부장판사는 법정 촬영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한 조건으로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는 ''''재판 당사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증인, 배심원 등에 대한 촬영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호라는 면에서도 촬영된 법정 공방이 언론에 의해 짜깁기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부장판사는 ''''방송을 의식해 만약 검사나 변호사들이 법적 논리 대신 감정에 호소한다면 판사들조차 심리 방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끊임없이 보완, 검증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부지법은 이미 지난 7월 28일 열린 국민 참여재판 전 과정을 사법사상 처음으로 언론에 거의 모두 공개함으로써 법원의 폐쇄성을 깨는 첫 발을 디뎠다.

또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도 카메라를 법정에 들이는 등 법원의 개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사회단체도 법원의 이런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지금까지는 판사가 재판 과정을 촬영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다''''며 ''''이번 남부지법의 움직임은 국민에게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도 법정 촬영을 허가하려는 기류에 대해 ''''큰 뜻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남부지법의 이런 움직임이 다른 법원에도 확산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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