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 행정청장은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임 실장의 왕세제 예방 때 함께 자리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예방 차 국회를 찾은 칼둔 행정청장의 입에서 의혹의 실마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는 "한국에 (해당 의혹과 관련한) 여론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수준의 발언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날 오후 3시 쯤 본관 1층 로비를 통해 국회에 들어섰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그가 도착하기 약 1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그를 기다렸고, 취재진의 근접 접근을 막기 위한 포토라인도 설치됐다.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에게 여론의 관심이 쏠려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국회 측에서는 의전과장이 배웅에 나섰으며, 칼둔 행정청장은 3층 국회의장실에 도착해 정 의장과 회동, 비공개로 3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뜨거운 취재 열기에 국빈 방문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정 의장 측은 "국빈급 대우는 아니었다. 접견실이 아닌 의장실에서 만난 것도 정 의장이 예방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공개 회담에는 두 사람 외에 우리 측 국회 사무처 국제국장과 의장 비서실장, 의장 외교특임대사와 국회 대변인이 배석했다. 칼둔 측 배석자도 있었지만, 의장실 관계자는 "누군지는 비공개"라고 했다. 비공개 대화과정에는 배석자는 발언하지 않고, 정 의장과 칼둔 행정청장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UAE 방문 의혹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며 "지난 20년간 양국관계가 확대, 발전돼 온 것에 대해 서로 평가하고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자는 것이 회담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 특사 방문시 만난 점에 대한 언급'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맺은 군사 양해각서 관련 언급' 등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 대변인은 "없었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다만 한 참석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칼둔 행정청장이 "한국에 (해당 의혹과 관련한) 여론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우리 측에서) 전달했다"며 "칼둔 행정청장은 '일정이 바빠서 못 만나는 걸 양해해달라'면서 (여론에 대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칼둔 행정청장은 또 "한국 기업들이 많은 분야에서 투자하고 있는데, 더 많이 투자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김 대변인은 "UAE 쪽에선 '양국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마음이 변함없고 계속 지속해 나가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 의장은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국회가 계속 (아크부대) 주둔 연장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김 대변인이 밝혔다. 이번 예방은 지난해 4월 정 의장이 UAE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칼둔 행정청장이 먼저 예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선 김성태 원내대표 뿐 아니라 또 다른 인사도 칼둔 청장과의 만남을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인사는 이번 예방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국회의장실에 타진했지만, "UAE 측에서 정세균 의장 단독 면담을 요구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당이 칼둔 행정청장의 방한을 계기로 의혹 공세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기류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칼둔 행정청장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한다고 하니, 국회 운영위원회에 임 실장을 출석시켜 직접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둔 행정청장은 오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 실장을 만날 것으로 보여 의혹 해소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다만 이날 의장 예방행사처럼 의혹 대신 '양국 관계 이상무(無)'라는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면 의혹 해소보다는 '봉합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야당으로서도 외교위기론을 더이상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칼둔 행정청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통화에서 면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