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평창행' 영화 같았던 韓 피겨, 베이징은 더 밝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2018(전국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선발전)'에 시상자로 나서 시상자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좌측부터 최다빈, 유영, 임은수) 윤창원기자
가는 이와 못 가는 이, 모두가 울었다. 꿈의 무대는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출전의 영광은 그래서 더 기뻤고 힘들었으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과 슬픔도 그만큼 컸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회를 노리는 차세대들의 표정은 더 밝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 나설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이 모두 가려졌다.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 3차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에서다.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애초 한 팀만 출전했다. 최근 북한과 단일팀 이슈로 관심을 끈 페어 김규은-감강찬 조는 총점 139.54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진 못했으나 오는 29일 개최국 쿼터 확보 여부에 따라 평창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이스댄스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도 총점 149.94점으로 평창 전초전을 마무리했다.

이목이 집중된 종목은 남녀 싱글이었다. 여자 싱글은 지난해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다빈(수리고)이 2장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상황. 최다빈이 1, 2차 선발전까지 사실상 1위를 확보한 가운데 남은 1장을 놓고 경쟁이 벌어졌다. 1장의 티켓이 걸린 남자 싱글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여자 싱글의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깔끔한 연기로 126.0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 4위(64.11점)의 아쉬움을 날렸다. 1~3차 선발전 총점 540.28점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 선수 중 단연 1위에 올라 평창행 확정을 자축했다. 총점 510.27점의 김하늘(평촌중)이 4년 전 소치올림픽에 나섰던 박소연(단국대)을 20점 이상 차이로 제치고 남은 1장을 차지했다.


'함께 평창 가요' 최다빈(왼쪽)과 김하늘이 7일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 3차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윤창원 기자)
둘 모두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뒤 부츠 문제와 발목 부상 등 갖은 고초를 겪었던 최다빈은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엄마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여읜 최다빈은 ""그동안 힘든 일이 너무 많았는데 잘 극복했다"면서 "엄마가 옆에 계셨다면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하늘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특히 김하늘은 경기 후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뒤부터 울먹였다. 대회 직전 근육 파열 부상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겪은 탓이었다. 김하늘은 "대회 일주일 전 오른 허벅지가 2~3cm 정도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스핀이나 스파이럴을 할 때 힘들었고,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없었다"면서 "힘든 시간이 있어서 감정이 북받쳤다"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1~2차 선발전까지 1위를 달린 이준형(단국대)이 27.54점의 리드를 잃고 차준환(휘문고)에게 티켓을 내준 것.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가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0.29점 차였다. 그러나 이준형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두 번이나 빙판에 넘어졌고, 차준환은 완벽한 연기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168.60점을 얻어 146.18점에 그친 이준형을 1~3차전 총점 2.13점 차로 제쳤다. 1장뿐인 올림픽 티켓은 차준환에게 돌아갔다. 1, 2차 선발전에서 부진했던 차준환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부담 없이 연기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 잡았던 티켓을 놓친 이준형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시상식과 갈라쇼 때까지 미소를 지었던 이준형이었지만 관중이 떠난 빙판에서 동료 김진서(한국체대)와 부둥켜안고 굵은 눈물을 흘렸다. 2015년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내고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에서 5위에 올라 한국 남자 싱글에 출전권을 안겨줬던 이준형이었기에 더 아쉬웠다.

'엇갈린 희비' 7일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이준형(왼쪽)이 연기 도중 넘어지는 등 실수를 범하며 올림픽 출전 티켓을 차준환에게 넘겨줘야 했다.(윤창원 기자)
사연많은 눈물의 주인공들이 가려진 가운데 유망주들의 활약은 다음 올림픽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나이 제한으로 평창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2022년 베이징 대회를 정조준하는 차세대들이다.

여자 싱글 유영(14 · 과천중)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135.15점까지 총점 204.68점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평창을 앞둔 데다 사실상 출전권을 확보한 최다빈이 무리를 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유영은 현재 대표팀 에이스보다 10점 이상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2차 선발전에서도 유영은 정상에 올랐다.

특히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 이후 처음으로 총점 200점을 돌파한 여자 선수가 됐다. 물론 ISU 공인 점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포스트 김연아'의 기대감을 갖게 할 만하다. 유영은 "나도 점수를 확인하고 당황스러웠다"고 웃으면서도 "평창은 못 나가지만 베이징올림픽은 꼭 나가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2018(전국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여자싱글 유영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차준환 역시 평창보다 사실 베이징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올해 17살이 된 차준환은 평창에서 10위권을 노리지만 경험을 더 쌓고 기술을 연마하면 베이징에서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볼 만하다.

차준환은 "평창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게 연기를 펼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베이징에 앞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평창행이 눈물이었다면 베이징 전망은 희망이었던 선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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