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시작된 이래 매년 약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라스베이거스로 끌어들이고 있는 CES는 전자·IT 기업들이 새해 벽두에 그해 등장할 주요 기술과 동향을 선보이고, 또 살펴보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4천 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전시 부스가 마련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 홈, 로봇, 디스플레이 등에서 다양한 기술이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 시티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CES에서는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5G와 어우러지면서 집약된 디지털 기술의 결과물을 좀 더 구체화하고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 5G = "데이터 전송량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될 미래에는 더 빠르고 정교한 데이터의 흐름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1GB 용량의 영화를 10초 이내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는 산업의 융·복합과 신산업 창출의 필수 요소가 될 전망이라는 게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특히 한국이 올해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5G 상용화를 한국이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마침 올해 CES에서도 5G가 핵심 테마 가운데 하나로 다뤄진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키 루 COO(최고운영책임자)와 세계 최대 통신용 칩 제조사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회장,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르그 글로벌 네트워크 담당 사장 등이 '5G와 모바일 혁신'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한다. CES 측은 "패널들의 토론을 통해 5G로 구현될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미래 = 지난 몇 년간 CES의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CES가 가전 쇼가 아니라 '자동차 전자 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CES의 첫날 기조 연설자가 포드 자동차의 짐 해켓 CEO라는 점은 CES에서 자동차가 가지는 비중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의 연설은 '운송의 미래'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CES 주최 측은 전했다.
또 미국 2위 차량호출업체 리프트는 CES 참가자들에게 자율주행 셔틀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와 기아차는 물론 미국의 포드, 일본 도요타 자동차 등도 최신 자율주행 플랫폼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CES에서는 최신 자동차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통해 구현되는 미래, 즉 IT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가 소개된다.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를 시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IT 전문매체 쿼츠는 "새로운 자동차 운영체제, 자율주행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연결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장치들, 드론이 장착된 자동차 등 다양한 개념의 자동차가 올해도 CES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지난 몇 년간 VR, AR, 혼합현실(MR)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의 시연이 CES에서 펼쳐졌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값비싼 외부 하드웨어가 필요하면서 게임 쪽에만 몰입해 있는 VR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나이앤틱의 '포켓몬 고', 애플의 AR 키트 프레임 워크,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다양한 AR 활용 셀피의 부상 등으로 AR 기술이 모멘텀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CES에서도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다양한 AR 관련 프로토타입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물론, 과학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AR의 기능, 간단한 스마트 안경을 통해 구현되는 AR 기술을 경험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지향점이 분명한 만큼 거기에 가깝게 다가간 제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앱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45' 개발 키트를 선보인 퀄컴이 다양한 스마트폰 파트너사를 통해 AR 기술을 구현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10월에 데뷔한 오큘러스 고를 비롯해 독립형 헤드셋들이 더 편리하고 많은 기능을 갖춘 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 AI 스피커, 웨어러블, 스마트 폰 = 지난해 가장 인기를 끌었던 기기인 AI 비서 기능 스마트 스피커. 엄청난 회사들이 아마존 알렉사 기능과의 통합 또는 내장을 희망했고, 이를 통한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올해는 훨씬 더 많은 AI 비서 플랫폼 장착 제품들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자체 부스까지 만든 구글은 구글 홈의 AI 비서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올해 알렉사를 능가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로우 엔드에서 스마트 워치로 추세가 급변했었던 웨어러블이 올해 어떤 모습으로 CES에 출현할지도 관심이다.
또 스마트 신발과 티셔츠, 센서가 장착된 의류 등이 더 똑똑해진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웨어러블과 함께 원격 모니터링 진단 솔루션 등 디지털 건강 관련 기기들도 대거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CES 측은 "핏비트에서 필립스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건강 생태계 전체가 한곳에 모이는 유일한 장소가 CES"라면서 "의료에 혁명을 일으킬 기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이 주력 스마트폰을 오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 또는 애플 자체 이벤트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에 'CES 2018'에선 보다 대중적인 기능과 가격대를 갖춘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미 진출을 선언한 화웨이는 리처드 유 CEO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며, 일본 소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