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상납금 자금 운용과 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액은 모두 36억 5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직접 받은 2억원,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간 1억 5000만원을 뺀 33억원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내 금고에 담아 별도 관리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 없이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없다"며 "퇴직할 때 남은 돈 2500만원도 대통령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현금 뭉치를 테이프로 봉인한 쇼핑백에 담아 매달 전달했는데, 최순실씨가 관저에 같이 있었던 게 여러 번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과 지근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영선·윤전추 전 행정관 등을 조사하고, 50여 명의 계좌를 추적해 사용처를 일부 확인했다.
◇ 朴측근 3인방 용돈에 10억원…차명폰‧집관리‧기치료에 3.6억원
33억원 가운데 약 15억원은 최순실씨 등과 사용한 차명폰 요금, 삼성동 사저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 비용, 최측근 3인방 격려금 등에 쓰였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매달 1000만원씩이 이영선 전 행정관에게 건네졌다.
이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3인방 등이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쓴 차명폰 요금에만 1300만원을 넘게 썼다. 개통한 휴대전화가 51대였다.
이 전 행정관은 또 받은 현금을 계좌에 넣어 삼성동 사저의 보일러 기름비 등으로 1249만원을 납부했다.
'기치료 아줌마', '주사 아줌마' 등이 청와대 관저를 방문한 날 비용을 계산하는 역할도 이 전 행정관 몫이었다.
이렇게 쓴 금액이 확인된 것만 3억 6500만원이다.
박 전 대통령은 3인방에게 매달 300만~800만원도 챙겨줬다. 청와대 특활비로 비서관들에게 지급되는 돈과는 별도였다.
국정원 상납금 액수가 늘어날수록 '용돈'도 불어나 모두 4억 8600만원이 지급됐다.
추가로, 3인방은 휴가비와 명절비로 1000만~2000만원씩 5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이런 돈의 일부는 최순실씨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필 메모에는 정호성 전 비서관은 'J', 이재만 전 비서관은 'Lee', 안봉근 전 비서관은 'An'으로 표기돼 연도별로 받은 액수와 합계가 적혔고, '☆남은금액 120,-(1억2000만원) Keep(보관)' 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검찰은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을 도와 국정원 상납금의 관리와 사용에 관여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지만, 최씨의 개입 전모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조사 거부로 최종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측근 3인방이 받아간 상납금만 10억원이다.
◇ 쇼핑백 현금 뭉치 朴이 받을 때, 최순실도 靑관저에
33억원 중 나머지 약 18억원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관저 내실에서 직접 건넸다. 이때 최순실씨가 여러 번 같이 목격됐다고 이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정확한 액수까지는 알기 어렵지만, 일부가 최씨에게 전달돼 의상실 운영비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봤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남산과 강남 등지에서 고영태씨와 함께 대통령 전용 의상실을 운영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9월 독일로 도피하기 전까지 매달 1000만~2000만원의 의상실 운영비를 최씨가 현금으로 지급하는데 이 돈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윤전추 전 행정관이 최씨의 독일 도피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의상실 직원 월급과 재료비, 관리비 등을 현금으로 정산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때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최씨와 여러 번 함께 있었고, 이영선 전 행정관은 테이프로 봉인된 쇼핑백을 최순실씨 운전기사에게 여러 번 전달했다고 검찰조사에서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해 9월 상납된 2억원은 이 전 비서관 금고를 거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직접 받아 챙겼다.
상납이 일시 중단된 점에 비춰 볼 때 불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추측이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시 돈을 요구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2억원은,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신의 재판마저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과 구치소 방문조사에 모두 불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