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018년 새해 시작부터 초등학생의 통일 그림을 두고 '안보불감증'이라고 주장하며 우리은행을 비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018년 1월 1일 신년인사회에서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이날 '북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시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장 대변인은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다"고 규탄했다.
한마디로 우리은행의 탁상 달력 사진에 인공기가 들어간 것이 '안보불감증'이라는 논리.
논란이 된 그림은 우리은행이 주최한 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유치‧초등부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은행은 해마다 대상작 작품을 신년 달력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을 그린 학생은 초등학교 4~6학년 부분에 참가한 어린이였다. 학생은 통일나무를 표현하며 나무의 왼손에는 태극기와 대한민국 어린이의 모습을, 오른손에는 인공기와 북한 어린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하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학장은 "나뭇가지와 잎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행복한 미소가 느껴진다. 평화로운 통일나무가 스스로 움트고 자라서 행복한 미래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수상작 선정이유를 밝혔다. 심 위원장은 이어 '어린이와 같은 시각에서 그림을 그리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아이들 작품의 순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어른들의 시각은 달랐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2017년 1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은행 2018년 탁상달력입니다. 저는 민노총(민주노총) 달력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은행 왜 이러나요?'라는 게시물과 함께 달력 사진을 올렸다.
이어 훙준표 대표, 장제원 수석부대변인이 해당 작품을 문제 삼고 있는 것.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들은 지난 1월 3일 오후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인공기 달력 규탄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한반도의 통일이나 평화를 알리는 그림에서 북한의 인공기를 그리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이다.
헌법기관이자 대통령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관련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홈페이지에서 지역회의‧협의회 활동을 보면 해마다 '평화통일그림 그리기 대회'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회에서 수상된 작품을 살펴보면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표현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태극기와 인공기를 그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그림대회의 수상작 역시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그려져 있다.
남한보다 북쪽에 있는 북한을 표현하다보니 인공기가 태극기 위쪽에 있거나 크기가 더 큰 경우도 있었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통일 포스터'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인공기와 태극기를 활용한 그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자료 어디에서도 통일이나 평화의 소재 그림에서 아이들이 인공기를 그린 것이 문제가 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은행 달력에 수상작 사진에 '인공기'가 있다는 이유로 '안보불감증', '장밋빛 대북관' 등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초등학생의 순수한 통일 염원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