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는 2일 밤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우리가 개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공적인 차원에서 1987년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그러면 여야 합의로 개헌을,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날 방송에서 안형환 전 의원은 정치권 내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진단했다.
"현재 개헌안을 놓고 정부·여당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입장이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단지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비해 다른 야당들은 '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보고 이원집정부제 같은 혼합정부제를 하자는 입장으로 엇갈려 있는 상황이다."
그는 "사실 현 정부가 들어오기 전에는 여야 막론하고 3분의 2 가까운 의원들이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로 가기로 동의를 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로만 바꾸자'고 하니까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턴(선회)을 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같이 하자는 것인데, 모든 (대선) 후보들이 같았다. 그런데 개헌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입장에서는 6월에 개헌안과 지방선거를 같이 가면 개헌으로 모든 관심이 쏠린다. 그러면 (여당에게 유리한) 현 여세를 쭉 몰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야당 입장은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중간 평가로 끌어가려고 한다"며 "그런데 개헌안이 동시에 들어오면 중간 평가가 아니라 개헌안 평가로 가 버린다. 개헌안에 대한 이견과 시기를 놓고 (여야의) 이해관계 충돌이 서로 맞물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그런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할 의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정말 이것(개헌)이 필요해서 하는 것이냐를 보면, 그 필요는 국가 공동체를 위한 필요성이 아니다. 자기들의 당리당략적 필요"라고 비판했다.
"작년 10월을 생각해 보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뭐를 했나. 최순실 사건, K·미르 재단 나오니까 갑자기 어느날 '개헌하자'고 선언해 버렸단 말이다. 저는 그때 정말 개헌 되는 줄 알았다. '와, 상황을 저렇게 뒤집는구나' 했는데, 바로 다음날 태블릿PC가 터져 무산이 됐다."
진 교수는 "그 다음에 대선 국면에서도 국회의원들이 개헌하자고 했다"며 "정신 없는 국면에서도 개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이 사람들이 당리당략 때문에 (지금은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각자 자기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헌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한 다음에 여론조사를 할 수 있잖나. 선호도를 본 다음에 그 선호도에 따라 조정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각제는 선호도가 높지 않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높을지 몰라도 말이다. 결국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른바 이원집정부제 사이인데, 그 사이에 제3의 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는 "쉽게 말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줄 것이냐를 갖고 타협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서 나가면 되는데, 문제는 의원들의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선이 불과 8개월 전이었다. 그때 '내년 지방선거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던 그 사람(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이 말을 바꿔 버렸다"며 "지난 대선 당시와 뭐가 달라졌나. 아무것도 달라진 사안이 없는데, 왜 지금은 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