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배우들의 캐스팅 사연을 알게 되면 영화는 그저 30년 전 단절된 역사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인 그에게도 '1987'에 임하는 무게감과 진정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윤석은 “'1987' 출연이 내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고(故)박종철 열사의 후배로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대사를 할 줄 몰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작은 배역이라도 맡고 싶다”며 제작진을 찾아가 이른바 ‘셀프 캐스팅’을 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제작사 CJ E&M 측은 "이와 같은 배우들의 이례적인 참여는 배우들부터 알아본 영화의 진정성과 배역의 크고 작음에도 상관없이 펼쳐진 열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했다.
영화에서 당시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을 맡은 배우 문성근이 바로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다.
문익환 목사는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매진했던 인물이다.
문성근은 “국민이 직접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그리면서 우리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과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87년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로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은 물론 49재 행사를 이끌었다.
그는 “87년도에 가장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고 밝혀 각별한 진심으로 연기에 임했음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