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크레인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 '위험의 외주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이번 사고 역시 예견된 인재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삐비빅…쾅' 전복 직전 경고음
특히 지면이 불안정할 때 지지대 밑에 설치돼 균형 잡는 역할을 하는 '안전 철판'은 현재까지 발견되지도 않고 있는 상황. 크레인 모서리 4곳에서 뻗어 나와 차량과 지면을 고정하는, 일명 '아웃트리거'라고 불리는 장치도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평탄하고 견고한 부위에 설치하라"는 고용노동부 작업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까닭이다.
경찰은 우선 크레인 기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현장 관리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직전 크레인에서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났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과부하 방지센서'가 울린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 좁은 공간서 왜 무리하게 작업했나?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직접 크레인을 조종했던 운전자뿐 아니라 현장 인력배치와 관계자들에게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크레인 기사였던 시민안전센터 박종국 대표는 "주변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전문 신호수가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일반 작업자가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2시간씩 받아야 하는 특별안전교육도 서명하고 사진만 찍으면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니 죄다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해당 크레인은 2008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서류가 조작됐거나 노후부품이 사용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전국 건설현장에 배치된 크레인 상당수는 제조시기를 허위로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9일 경기 용인에서 쓰러져 노동자 3명을 숨지게 한 타워크레인의 경우 국토부 등록 현황엔 '2016년'으로 등록돼있지만, 실제 제조연도는 2012년이었다.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노동조합 정회운 위원장은 "사고가 난 장비도 노후화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장비가 실제 몇 년식이었는지 들여다보는 등 여러 각도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전은 뒷전…결국 또 돈 때문인가?
박종국 대표는 "이동식 크레인의 경우 영세한 '1인 업체'인 경우가 많아 타워크레인보다도 더 열악하다"며 "하청업체는 어떻게든 저가의 장비를 쓰려고 하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노후장비가 마르고 닳도록 쓰이면서 사고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들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일을 빨리빨리 해치우려 하고 난리도 아닌데 원청은 뒷짐만 질 뿐"이라며 "정부가 나서 무분별한 재하청을 막고 적정한 단가를 보장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재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