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최연욱 작가(‘위작의 미술사’ 저자, 한국미술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
26년째 '위작논란'에 휩싸여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도 뜨겁게 달궜다. 2017년 미술계 최고 이슈로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이 지목되고 있는데.미술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위작의 역사를 통해서 좀 더 쉽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발간됐다.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서 ‘위작의 미술사’의 저자이자 한국미술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인 최연욱 작가와 함께 얘기 나눠봤다.
다음은 최연욱 작가와의 일문일답.
◇박윤경>‘위작의 미술사’라는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계시죠.먼저 어떤 책인지, 간략한 소개부터?
◆최연욱>지금까지 모든 미술사 책들이 시대, 미술사조, 화가, 작가, 작품 순으로 미술사를 학술적으로 설명하는데 ‘위작의 미술사’는 미술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범죄인 위작 미술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으면서도 황당하기까지 한 위작 사건과 위작이 만들어지는 기술적 과정을 미술사학자가 아닌 화가의 관점으로 풀어보는 재미있는 책이다.
◆최연욱>일단 화가하면 배고픈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러다보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위작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시에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미술계에 대한 복수로 위작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위작의 본질적인 목적은 결국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박윤경>그런데 위작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들었다. 실력도 실력이고, 상당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최연욱>책에 소개한 사람 중, 지금도 살아있는 독일의 위작 화가 볼프강 벨트라키가 있다. 이 화가는 원작화가가 5백년 사람이면 5백년의 캔버스를 구해오고 똑같은 성분의 물감, 그렸을 장소와 시간에 맞춰서 비가 온 날이면 비 온 날을 기다리고, 왼손잡이라면 왼손으로 그린다. 원작 작가가 3일안에 작품을 끝냈다면, 본인도 3일안에 끝낸다. 그렇게 크리스트 경매 메인 표지에도 올랐고, 20세기 걸작집에도 위작으로 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몰랐다. 유럽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하인리히 캄펭동크가 판매한 작품 중 제일 비싸게 판매가 되기도 했다.
◇박윤경>실제 위작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느낌은?
◆최연욱>많이 봤다. 잘 그려진 위작은 원작보다 더 대단해서 본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나는 왜 저렇게 못 그릴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설픈 실력으로 만들어진 위작을 보면 피식 웃음만 나면서도 위작임을 모르고 전시하고 있는 주최 측을 대신해서 관람객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박윤경>앞서 천경자 화백의 사례를 잠시 멘트로 소개했지만,사실 미술사를 더 재미있게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위작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 위작논란으로 힘들어하는 작가나 가족들은 다소 씁쓸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
◆최연욱>전업화가로서 지금 진행 중에 있는 위작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고인에게도 무례이고 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인식 또한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 미술이 본래 목적과 의미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어 미술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떳떳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일반인들도 미술을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미술을 소개하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좋은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마저도 최소한 천경자 화백과 미인도 그리고 위작을 알게 됐기 때문에 오해만 잘 풀린다면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연욱>우선 원작과 비교를 한다. 위작은 원작을 똑같이 베끼거나 원작 작가의 스타일로 그리는 경우 두 가지다. 작가의 스타일로 그리는 경우에는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데, 그럴 때는 재료가 언제 만들어진 건지 찾아본다. 방사능 연대측정을 하고 물감 안료의 성분 검사도 한다. 원작 화가의 붓질이나 재료 사용 등을 수천 배로 확대해서 알아보고, 물감이 여러 겹 덮인 경우 단층촬영도 한다. 작품에서 머리카락의 두께보다 작은 양을 추출해서 비교를 한다. 그럼에도 찾아내는 건 10%도 안 된다.
◇박윤경>자, 이번 책, ‘위작의 미술사’ 이 책이 작가님의 첫 책이 아니다. 벌써 3번째 책이라고 들었는데?
◆최연욱>어쩌다보니 매년 한 권씩 책을 출간하게 됐다. 첫 번째 책, ‘비밀의 미술관’은 일반인들에게 서양미술 속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는 세계에서 제일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통해 거장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알아보는 책이다. 작품 이야기도 있지만 인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봤다.
◇박윤경>얘기를 나눠보니까 그림도 자주보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으신 것 같다.
◆최연욱>바로 그게 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월 1,2회씩 미술관을 같이 가는 모임도 3~4년간 운영했다. 많이 나올 때는 120명이 나올 때도 있어 식당을 하나 통째로 빌려 뒤풀이를 한 적도 있었다.
◇박윤경>지금 한국미술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으로도 일하고 계시다. 이번 책을 통해서, 또 미술협회 활동을 통해서, 좀 더 미술이 쉽게 다가왔으면 한다. 앞으로의 바람과 함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연욱>우선 전업 화가로서 내 그림을 열심히 그릴 것이다. 또, 미술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박윤경>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다.지금까지 ‘위작의 미술사’의 저자이자 한국미술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인 최연욱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