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가 주도 금지약물 검사 조작 행위를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맹비난했다. 러시아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지경이지만 IOC가 제대로 신변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27일(한국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도핑 조작을 폭로한 전 러시아반도핑기구 모스크바 연구소 소장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의 변호인은 IOC를 "비겁하다"고 비난했다. 의뢰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로드첸코프 박사의 폭로 자료로 IOC와 세계반도핑기구는 러시아의 도핑 조작 실태를 조사해 확인했다. 이후 IOC는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도핑 조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 25명의 기록과 성적을 삭제하고 이들을 올림픽에서 영구 퇴출했다.
이와 함께 IOC는 러시아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다만 선수들은 러시아 국적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있었다. 내부고발자로 찍인 로드첸코프 박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지난해 미국으로 피신했다.
그의 변호인인 짐 월든은 "러시아가 미국 당국에 로드첸코프 박사를 인도받기 위해 은밀한 로비에 착수하며 보복을 시작했다"면서 "이것이 성공한다면 로드첸코프 박사는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죽거나 고문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IOC가 로드첸코프 박사를 도우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관계 당국에 정보 제공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출 당한 러시아 선수들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IOC를 제소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월든 변호사는 "IOC가 CAS 재판에서 로드첸코프 박사의 증언에 의존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는 잘 안다"면서 "러시아는 로드첸코프 박사의 입을 막아 증언을 불가능하게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든 변호사는 또 "그럼에도 IOC가 로드첸코프 박사를 돕지 않고 있다"면서 "로드첸코프 박사에게 보복을 준비하는 러시아에 맞서 IOC가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로드첸코프 박사가 사라지면 미공개 자료 역시 묻힐 것"이라고 IOC를 압박했다.
러시아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대표 선수들의 도핑 연루 의혹도 불거진 상황. IOC에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러시아 축구 선수들의 도핑 정보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