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간 '상습 성폭행' 은폐한 장애인시설

수천만원 갈취하기도…인권위, 행정처분 권고·검찰 고발

(사진=자료사진)
수도권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같은 방을 이용하는 지적장애인을 동료 장애인이 수십 차례 성폭행하는 등 '원생간 상습 성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측은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는가 하면 장애인들의 개인 돈 수천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 유사 성폭행만 20여 차례…몰랐다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동료 장애인 간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경기 이천의 A 장애인거주시설에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이천시에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A 시설에 거주하는 남성 B 씨는 같은 방에 있던, 자신보다 9살 어린 남성 C 씨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 유사 성폭행했다.

둘 다 1급 지적장애인이었지만 자신보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약해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밤마다 강제로 데리고 자면서 성추행을 일삼기도 했다.

성추행 사례를 목격한 담당 직원들은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A 시설은 관련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을뿐더러 피해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인권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A 시설 원장은 "대책회의를 통해 B 씨를 다른 생활실로 분리하고 이용인의 성적 욕구 해소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며 "가벼운 성적 스킨쉽 정도는 봤으나 이렇게 심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사진=자료사진)
◇ 원생간 '추가 성폭력' 연쇄발생

시설 측이 사건을 방치하는 사이 다른 원생들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성폭력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에는 D 씨가 화장실에서, 자신보다 15살 어린 E 씨에게 신체 일부를 주무르도록 강요했다. 올 초부터 10여 차례 반복된 일이었다.

E 씨의 경우 4년 전 불과 만 15세였을 당시 자신보다 19살 많은 F 씨로부터 앞마당에서 유사 성폭행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특별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G 씨가 자신보다 19살 어린 H 씨를 추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1급 지적장애인이었고, 남성이었다.

인권위 측은 "장애인 간 성폭력 사건을 방치하면 시설 내에서 모방 행위가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지적장애인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서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원장 등 간부들은 보호·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시설 운동기구와 가전제품은 원생 돈으로

더구나 해당 시설은 원생들의 금품을 뜯어내 고가의 운동기구와 가전제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에서 이용할 런닝머신, 오디오, 반신욕기 등을 사는 데 원생 15명의 개인 돈 2800만 원을 몰래 빼돌려 쓴 것.

하지만 피해자는 인지·의사소통 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이었고 물론 당사자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제품들은 시설 직원들이 주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 측은 "해당 물품은 입소자들을 위해 구매했으며 동의도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입소자들이 운동기구의 기능이나 필요성, 가격 적정성 등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구매에 동의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금전관리 위반 혐의로 시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피해금을 당사자들에게 돌려줄 것을 권고했다.

많이 본 뉴스